복합적 애정관계

 

원래 애정이란 남자와 여자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온 현상이고 개념이었다.

 

그런데 일대일의 애정관계가 복잡하게 외연이 확대되고, 그 내포가 변형되는 경우가 있다. 한 남자가 두 여자와 관계를 맺거나,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사랑을 하는 경우다. 애정의 복합적 관계는 매우 어렵고 해결하기 힘든 질투와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사랑은 시간이 가면서 변할 수 있다. 사랑했던 두 사람 사이에 제3자가 끼어들 소지가 생긴다. 종전의 애정관계를 이혼이나 결별 등의 방법으로 완전히 정리하지도 않고, 다중방식의 애정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애정이 식으면 헤어지고, 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정도다. 그렇게 되면 별 문제가 안 생긴다. 그러나 헤어지고 새로 만나는 중간 과정이라든가, 아니면 헤어지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중복해서 애정관계를 만드는 경우가 문제다.

 

결혼한 이상 이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이런 관계를 그냥 유지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복잡한 애정관계가 과연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3자가 개입함으로써 단순했던 애정관계는 이상하게 변질된다. 그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단순한 육체관계가 아닌 영혼과 영혼이 서로 뒤섞여 조화를 이루게 되는 사랑의 과정이 제3자에 의해 침해받고 상처를 받게 된다. 그 중에 한 사람은 아주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된다. 그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중한 상태다.

 

자신이 빠져있던 애정의 늪은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승화시킨다. 형이하학적인 현상도 아름답게 생각하고, 핑크빛으로 장식하게 된다. 벌거벗은 몸에서도 추한 것을 못 느끼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상대방이 다른 남자나 여자와 육체관계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정도는 아니어도 서로 애정을 느끼고 사랑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아름답게 미화시켰던 성 그 자체에 대해서도 추잡함을 느끼고, 고상했던 사람도 한낱 동물적인 애정행각으로 격하시키게 된다.

 

이런 점이 가장 큰 상처이며 고통이다. 사랑을 동물적 행위로 추락시키는 그 자체가 인간성을 변질시키고, 왜곡시키는 중대한 고문이다. 이것을 방어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을 하고 결별을 해도 마찬가지다. 한번 받은 정신적 상처는 내면 깊이 남아 죽을 때까지 사랑의 완전성과 순수성에 흠집을 내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할 때 상대방에 대한 독점적 소유 및 관계설정의 욕망을 가진다. 이런 욕망이 약하면 그건 남녀 간의 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 미적지근한 상태에서는 사랑도 오래가지 못하고 식을 우려가 있다. 애정이 강할수록 상대에 대한 질투도 강해진다. 사랑의 속성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집착과 질투다.

 

그래서 의처증과 의부증이 생기게 된다. 애정의 복합관계는 그것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 단계에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심하고 불신하게 만든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의심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애정의 복합관계는 첫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잦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귀가시간이 늦고, 말을 맞추고, 증거를 조작하게 된다. 알리바이를 꾸미게 된다.

 

그러나 거짓말은 언제나 의심스럽게 보이고, 들통이 나게 된다. 하나의 거짓말을 하면 열개의 거짓말이 계속되어야 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몹시 피곤하게 살게 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게 된다.

 

거짓말이 계속되고, 그것이 들통이 나면서 상대방도 차츰 면역이 된다. 화를 내고 싸우는 일도 하루 이틀이지 그것이 계속되면 자연히 지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복합적인 애정관계가 묵인되고,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경우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남자는 아내 이외의 다른 여자와 은밀한 애정관계를 유지하고, 아내는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와 은밀한 애정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4각관계도 있다.

 

가끔 이런 불륜의 관계가 법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 애정의 복합적 관계는 결국 당사자들로 하여금 매우 고통스럽게 살아가도록 만든다. 가장 이상적인 애정은 단순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방해가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고, 벗어날 수 없는 원죄를 타고 나는 것이어서 오늘도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복잡한 관계에 빠져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고통을 겪기 싫으면, 처음부터 애정의 길에서 이탈하지 마라. 한 사람을 선택해서 죽을 때까지 사랑하다. 한번 사랑했으면, 변하지 마라. 그게 사랑의 길이다. 맺어진 사랑을 숙명으로 받아 들이고, 묵묵히 따르라. 그게 행복이다. 고통을 받지 않는 편한 길이다.

 

 

 

'사랑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변화>  (0) 2020.10.02
사랑의 무력감  (0) 2020.10.02
이별은 왜 아픈가?  (0) 2020.10.01
유부녀 때문에 심리카페에서 퇴출 당하지 말자  (0) 2020.10.01
운명적인 사랑  (0) 2020.10.01

<바람 피다 걸린 여자가 남편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집에 들어가지 못하다>

 

경희는 현재 상황이 그래서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이해는 했지만, 막상 영식이 그런 말을 먼저 꺼내는 것을 보고, 갑자기 울컥했다. ‘이런 사람을 믿고, 몸과 마음을 주었다니, 정말 실망이다. 저렇게 밖에 말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만일 경희가 남자 입장이었다면, 자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책임질 것이니, 기다려요. 이혼을 하든 안 하든, 우리는 장난한 것이 아니니까. 서로 변하지 말고 기다려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게 남자로서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영식은 남자답지도 않고, 정말 경희를 사랑했던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경희를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경희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싫어졌다. 경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식의 휴대전화에는 부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있었다. 심지어 음성메시지까지 남겨져 있었다. 영식이 아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가지 않으니 부인은 몹시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영식의 부인은 얼마나 딱한 처지인가? 남편을 가장이라고 믿고 자식들과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여자였다.

 

남편이 자주 늦게 들어오고 조금 수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다. 설마 다른 여자와 모텔까지 들락거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남편은 지금까지 아무리 늦어도 전화는 꼭 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까지 전화 연락도 없이, 전화를 받지도 않고 소식이 없으니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걱정이 되었다.

 

부부란 일심동체이며, 평생 동고동락을 하는 공동생활체다. 내것 네것 없이 뒤섞여 같이 먹고 같이 자고, 생활하는 무촌(無寸) 관계다. 그래서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항상 부부 사이에서 먼저 말하고 함께 좋아하고, 함께 걱정하게 된다.

 

영식의 일은 전혀 달랐다.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인데도 정작 가장 가까운 부인에게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성질이었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일인가? 막상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리 속은 완전히 하얗게 비어있는 것 같았고, 세상은 온통 까맣게 먹구름이 끼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슬픔이 강물처럼 밀려왔다. 슬픔의 강물에 영식은 파묻혀 멀리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다. 외로운 영혼이 자신의 육신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영식은 일단 집에 들어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경희는 남편을 볼 면목도 없고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외박을 했다가는 일이 더 커질 판이었다. 그래서 일단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경희는 집 앞에 이르러 전화를 했다. 남편은 받지 않았다. 집에 가서 벨을 눌렀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집에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친정집에 알릴 수도 없었다. 영식은 이미 집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경희는 혼자서 어디 갈 곳을 잃은 철새가 되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처지였다.

 

부부싸움을 하다 보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열쇠는 가지고 있지만, 안에서 빗장을 걸어놓으면 밖에서는 열 수가 없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안에 있으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정상적이면 밖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어야 할 부부 사이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떤 심정일까?

 

남의 집을 방문했다가 주인이 없어 못 들어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집이고 둥지를 틀고 사는 보금자리다. 그곳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배우자에 의해 거부당하는 것을 느껴 보라. 얼마나 외롭고 세상이 황량하게 느껴질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반대 당사자의 마음도 똑 같다. 아니 더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부부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싸우더라도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몰고가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가 받는 상처가 너무 깊고 크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경희는 자신이 이렇게 비참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랑이고 무엇이고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사랑보다는 삶이 중요하다. 생존이 우선이다. 사랑은 사치고 부수물이다.’ ‘내가 어리석어서 소중한 가정을 잠시 잊어버리고 낯선 사랑에 빠졌다. 그 허망한 사랑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