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고독(love &loneliness)
청계산에 올랐다. 아직은 겨울 날씨라 쌀쌀했지만, 산 공기는 너무 맑고 깨끗했다.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힘이 들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진다. 그러면 머리가 맑아진다.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우는 좋은 방법은 힘든 운동을 하는 것이다.
육체가 힘이 들어 자신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정신은 온통 자신의 육체를 보존하기에 급급해진다. 세속적인 욕망이나 갈등, 고민은 작은 육체의 불편이나 고통 앞에서는 그 우선순위를 모두 넘겨줄 수밖에 없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래서 밖에 나가 운동을 해야 한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 고민을 하고 있으면, 그 고민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산 중간에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렇게 미끄럽지는 않았다. 나무 계단에는 눈이 전혀 없었다. 나무들은 모두 나목(裸木)이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썰렁한 나무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잎들로 덮여 있을 때에는 사랑이었다. 사랑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랑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나목은 쓸쓸히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런 물기도 없이, 메마른 상태에서 나목은 서 있었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고독이었다.
사랑과 고독은 그처럼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사랑은 생명이었고, 고독은 죽음이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외로움을 지니고 있었고, 쓸쓸함 속에서 혼자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사랑이 아니면 고독이다. 사랑은 고독하지 않다. 우리는 고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든, 아니면 실존의 의지의 힘이든 고독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고독은 모든 것을 어둡게 만들고, 모든 것을 힘들게 만든다. 겨울 나목을 보면서 나는 왜 사랑해야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지 알 수 있었다.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고독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살아가면 항상 어두움의 세력에 눌려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혼자 침묵하는 것과 고독은 다르다. 고독은 다른 사람과 단절되어 있음을 뜻한다.
사랑은 우리의 고독을 물리쳐 준다. 우리로 하여금 고독이라는 무인도에서 구출해 준다. 고독이라는 낯선 성에서 우리로 하여금 환한 정원으로 옮겨 준다. 사랑하자. 죽을 때까지, 우리의 삶이 다할 때까지 사랑하자. 사랑은 삶의 빛이며, 등대이며, 어둠의 계곡에서 우리를 구해주는 생명의 밧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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