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철학적 의미

 

사랑(Liebe, Love, )의 실체는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존재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 것일까? 갑자기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마치 사랑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누구나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인지는 잘 모른다. 모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정이고, 애정의 표현에 불과한 것이지, 객관적으로 그 느낌이 정말 사랑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서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사랑이 없으면 그 사람은 매우 삭막한 삶을 살게 된다. 누가 뭐래도 그는 딱딱한 사막과 같은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낙타와 같이 똑 같은 걸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낙타는 매일 똑 같은 길을 걷는다. 아무런 목표도 없다. 다만 걸을 뿐이다. 그렇게 걷다가 생을 마친다.

 

남는 것은 똑 같은 사막을 걸었다는 사실뿐이며, 기억 속에는 매우 고통스러웠다는 것과 때로 오아시스를 만나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잠시 편안한 휴식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뿐이다.

 

낙타가 했던 일들은 그 주인을 위해서 봉사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희생해서 주인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때로 낙타처럼 보인다.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인지, 그 일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렇게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하는 일들은 결국 무엇으로 남는 것인지 회의를 느끼게 할 때가 있다.

 

낙타는 회의를 느끼지 않지만 사람은 낙타와 달라서 언젠가 회의를 느낄 수가 있다. 그것도 아주 진한 회의를 느끼고 그 회의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인생을 마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한 사람들이 사랑을 모두 버리고, 사랑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에서 살았다면 그들은 과연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했을 것인가 궁금하다.

 

사랑은 필요한 것이며 삶의 충분조건임에는 틀림 없으나, 그 속성상 매우 가변적이고 영원히 잡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실망시킨다.

 

사랑의 가치를 느끼고 사랑을 추구하려는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을 얻었는지 제대로 확인을 못하게 된다. 사랑은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 때문에 고통을 당하게도 된다.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얼마나 힘들고 지루한지 모른다. 어렵게 얻은 사랑일수록 그 가치가 더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힘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랑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어디까지 이루어져야 사랑은 완성되는 것일까? 결혼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사랑이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야 되는 것일까?

 

사랑에 대한 평가기준은 객관적인 잣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의 특수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움직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랑의 형태는 그 실체와 상당한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남들에게는 행복해 보여도 기실 사랑이 아닐 수 있다. 남들에게는 불행해 보여도 주관적인 행복감을 느끼는 커플은 많이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의 판단기준은 진실성, 합일성, 영원성에 있다.

 

사랑은 두 사람의 진실한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고, 두 사람의 정신과 육체가 합쳐져서 하나가 되어야 하며,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판단기준에 의해 사랑의 가치는 평가되고 인정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많은 사랑이 이 진실성에서 결핍증세를 보이고 있다.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아끼는 이 진실성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와야 가능하다.

 

상대방에 대해 속이거나 가식적인 언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상대방을 위해 진실한 마음을 보일 때 사랑의 진실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합일성은 사랑의 본질 가운에 절대적이다. 사랑은 의도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맞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혼자 있는 것보다 둘이 있는 것이 더 좋고, 상호보완작용을 일으켜 유익해야 한다.

 

물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인격적으로 사랑은 이처럼 서로를 필요하게 만들고, 서로가 없으면 허전한 상태로 만드는 그런 특수한 심리적 작용을 의미한다.

 

억지로 맞추어서 살려고 하는 부부가 끝내 깨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적인 합일성은 지속적인 노력으로 더욱 견고하게 굳어지게 된다. 만일 합일성이 초반부터 약했거나 중간에 약해졌다면 그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한다.

 

물리적인 결합형태란 언젠가 분리될 수 있다. 그러나 두 개체가 화학적인 결합상태가 되면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끝으로 사랑의 영원성이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시한부로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하룻밤 풋사랑이 일장춘몽에 불과한 것은 이 때문이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의 합일체가 되겠다는 비장한 각오만이 사랑을 고상한 가치로 승화시킨다.

 

사랑은 변해서는 안 된다. 서로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던지 간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아껴주고 배려하는 마음의 지속성이야말로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국화꽃이 핀다. 가을꽃은 사랑을 연상시켜 준다. 아름다운 사랑은 꽃과 함께 숨을 쉬어야 하는 법이다. 꽃길을 걸으며 나는 사랑의 철학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

 

우리들의 사랑이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가? 사랑의 완성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저 멀리서 꽃들이 가쁘게 숨을 쉬고 있다. 오늘 밤에는 저 꽃들과 함께 깊은 숨을 쉬고 있어야겠다.

 

                                                <이 작품은 나의 절친한 친구, 정장직 화백의 작품이다>  

'사랑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카페의 노래>  (0) 2020.09.13
<못 잊어서 또 왔네>  (0) 2020.09.11
성인지 감수성  (0) 2020.09.10
첫사랑의 추억  (0) 2020.09.10
욕망에의 상념  (0) 2020.09.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