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현장에서 붙잡힌 남자와 여자가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각서를 쓰다
영식과 경희는 아직 젊은 나이였기에 섹스에 대한 욕구도 해소해야 했다. 육체적인 쾌락도 매우 중요한 삶의 요소이며,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집에서는 배우자와는 거의 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런 섹스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두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늘 하던 대로 섹스로 몸을 풀고 개운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가 커피를 마실 생각이었다. 커피는 인류가 개발해 낸 기호식품 중에서 최고다. 남자와 여자가 뜨거운 사랑을 한 다음, 겨울의 쌀쌀한 날씨에 눈이 덮힌 창밖을 보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아주 작은 인생의 행복이 아닐까?
하지만 사람의 일은 늘 뜻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게 경험에서 얻는 인생의 진리다. 삶의 모순이다. 모텔방문이 열리고, 커튼이 올려진 상태에서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점령을 하고 평온했던 공간은 악의 소굴로 변했다. 그곳은 악마와 비악마가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무서운 전장터가 된 것이다.
경희 남편은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씩씩대면서 ‘너희들은 인간도 아니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가정을 파괴하고 더러운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영식은 생각했다. ‘도대체 우리가 사랑한 것이 더러운 짓일까? 너는 무엇을 잘했다고 큰소리를 치는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사랑을 한 것이야!’
법률상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큰소리를 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별로 애정도 없는 상태에서 부인을 의심이나 하고, 뒷조사나 해서 망신을 주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영식은 이미 불륜이 탄로가 나서 커다란 망신을 당하게 되었다. 다른 것은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분명 직장에도 알려질 테고, 가정에서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창피할까? 법적으로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경희는 더 심각했다. 당장 남편 때문에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가 부정한 여자로 낙인 찍히면 아이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동네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친정식구들에게도 창피하고,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었다.
모텔에서 성관계를 한 직후 남편과 다른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보통 수치심이 드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모두 파괴되어 땅에 추락하고 상실되었다. 지금까지의 성적 쾌락은 모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머리는 백지상태였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다음, 영식과 경희는 옷을 챙겨 입고 경희 남편 일행과 함께 모텔 밖으로 나가 부근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인생의 아이러니다. 어차피 가려고 했던 커피숍인데, 둘만이 아니라, 다른 두 사람이 더 같이 가게 된 것이다.
그것도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미움을 나누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그때의 커피 맛은 커피가 아니라, 지옥의 문 앞에서 피우는 향의 냄새가 날 것이다.
영식과 경희 부부, 다른 남자 한 명, 모두 네 사람은 모텔에서 나와 부근에 있는 카페로 갔다. 영식과 경희는 죄인이었다. 사실 실정법상으로는 간통은 더 이상 죄가 아니다. 범죄가 아니고, 처벌조항도 없다. 단지 배우자인 남편에 대한 부정행위로서 위자료만 물어주면 된다.
상대 배우자는 마치 자신이 중대한 범죄의 피해자인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뿐만 아니라 현장을 잡았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넘쳐나고, 마치 자신이 경찰이나 검사나 된 것처럼 위세를 떤다. 이런 풍경은 오래 전부터 간통죄를 폐지하고 배우자의 간통행위를 단지 민사문제나 가사문제로 보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간통한 남자와 여자는 상대 배우자로부터 맞아죽거나 폭행 또는 상해를 당할 현실적인 위험도 있고, 법을 떠나 사회적으로 망신을 당할 소지도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들키면 꼼짝을 못하게 된다.
카페에서는 독일 가수 Helene Fischer가 부른 ‘Power of Lov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식이 자주 듣던 노래다. <바깥 세상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 / 당신과 함께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죠 / 난 언제나 당신 곁에 있으니까요 / 가끔 두렵기도 하지만 난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요 / 사랑의 힘을>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면서 경희와도 같이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참 좋게 들렸는데, 지금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원수인 경희 남편과 함께 있으니 정말 이상하게 들렸다. ‘사랑의 힘’은 긍정의 힘이 아니라 부정의 힘이었다. 생명의 힘이 아니라 사망의 힘이었다.
경희 남편은 일단 두 사람에게 간통 사실을 확인하는 각서를 쓰라고 했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A4 용지를 가지고 왔다. 작은 휴대용 인주도 보였다. 먼저 영식에게 불러주는 대로 쓰라고 했다.
‘각 서 / 성명 주소 주민번호 연락처 / 본인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유부녀인 정경희를 만나 간통행위를 해왔습니다. 본인은 정경희가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레인모텔 303호실에서 정경희와 간통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본인은 귀하에게 언제까지 3천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겠습니다. 날짜 및 성명’
마찬가지로 경희에게도 같은 취지의 내용대로 각서를 쓰라고 했다. 영식과 경희는 지금까지 살면서 경찰서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꼴인가? 죄인이 되어 잘못을 인정하고 자백하는 취지의 각서를 써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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