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임자 있는 여자는 절대 피해야 한다는 소신을 전도하러 다니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는, ‘유부녀와 연애를 하느니, 차라리 거세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민첩 아버지가 거세까지 할 결연한 남자다운 태도를 보인데 대해서, ‘아무리 그래도 거세하면 남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니까 거세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요새 유행하는 삭발이나 단식을 하는게 어떠냐?’고 적극적으로 만류를 하기도 했다.

 

민첩 아버니는 한번 먹은 마음을 돌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남자가 한번 거세한다고 했으면 거세하는 것이지, 치사하게 삭발이나 단식을 하느냐고 더 강력하게 말했다.

 

민첩 아버지는 삭발은 머리숱이 더 많이 나는 효과가 있고, 단식은 죽지 않으면 다이어트나 대장청소에 아주 효과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일종의 쇼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거세(去勢)는 자신처럼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입장에서는 사형 이상의 형벌이고 고통이라고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동네 사람들 중에 유부녀와 바람을 피고 있는 남자가 있으면, 그 남자를 찾아가 며칠씩 술을 사주면서 유부녀의 위험성과 불륜이 문제되었을 때 남자의 생명은 전쟁이나 쓰나미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몇 달 동안 이런 우매한 남자들을 위해서 민첩 아빠가 쓴 술값만 합계 5백만원이 넘는 기록을 세웠다. 그래도 민첩 아빠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설사 자신이 파산을 하거나 나중에 법원에 개인회생신청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일은 사회 정의와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며, 아픈 경험을 한 자신만이 이 일을 할 적임자라고 믿었다. 민첩 어머니도 신랑이 하는 일이 옳다고 동조했기 때문에 돈 나가는 것을 감수했다.

 

그런데 아무리 민첩 아빠가 그 남자들을 일깨워주어도, 그 남자들은 소귀에 경 읽기였다. 오히려 민첩 아빠에게,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몰라서 그래. 남녀간의 사랑은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거야. 우연히 만나서 속정이 들고 어쩌지 못하게 되면, 유부녀든 유부남이든 환경을 극복하고 초월해야 하는 거야. 당신처럼 일신상의 부귀와 영화, 생명 신체상의 안전만 따질 것 같으면 왜 살아?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어머니 뱃속에서 편하게 거주하고 있으면 좋았을 거야. 그리고 당신 같은 겁쟁이는 위대한 사랑을 쟁취할 수 없어. 그냥 혼자 잘 먹고 잘 살아. 죽을 때 후회할 거야.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랑을 한 사람들은 대개 복합적 애정관계, 삼각관계, 결혼과 이혼을 거친 끊임없는 심각한 투쟁을 하고 거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뿐이야. 당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당신한테 술을 얻어먹으면 3년 동안 내가 재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 술값은 내가 낼 거야.”

 

민첩 아빠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머리 나쁜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민첩 아빠가 지난 번 건달에게 당한 역사적 사실을 동영상과 녹화를 해놓았더라면 이 우둔한 백성을 깨우쳐줄 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공황상태라 미처 이런 준비를 못한게 한스러웠다.

 

이런 진지한 토론을 수십 차례 했지만 남자들은 모두 민첩 아빠와 견해가 달랐고, 철학적 기반도 달랐으며, 성애(性愛)지상주의자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토론의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지저분한 문제로 자꾸 토론을 하다보니 민첩 아빠는 토론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TV에서 정치평론가나 대학교수, 변호사, 소설가 등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검찰수사, 문화, 예술, 스포츠 등의 수만가지 분야에 나와 만물박사인 것처럼 떠들고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박식하고, 논리적이고, 토론을 잘 하는가! 인물도 모두 좋고, 인품도 너무 좋다.’ 이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민첩 아빠가 본격적으로 토론의 무대에 나서서 여러 차례 토론을 해보니까, ‘토론을 잘 하는 사람들은 모두 주둥아리만 가지고 나불대는 놈들이구나!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짧은 시간에 떠들 몇 가지 사항만 준비하고 나와서 떠드는 깊이 없고 한심한 인간들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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