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90) <나훈아 통탉>의 투자자 모집
최유전과 주미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같이 살면서 두 사람이 합심하여 치킨집을 열심히 운영했다. 두 사람은 아무래도 <나훈아 황제>가 두 사람을 결정적으로 연결시켜준 행운의 열쇠를 가진 분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나훈아 노래를 본격적으로 듣기로 했다.
그래서 그때까지 나훈아가 발표한 곡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집했다. 누가 훔쳐갈까봐 걱정이 되어서 레코드판이나 카셋트를 보관하는 금고를 별도로 준비했다.
그 안에 나훈아 음반을 전부 넣어놓고, 겉에는 <1급 비밀> <접근하면 발포함> <핵물질 보관함>이라고 빨간 글씨로 써놓았다. 치킨집 상호도 <나훈아통닭>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열심히 했더니 매출이 2배로 상승했다.
지역에서 돈이 많고 나훈아 노래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20명이 <나훈아통닭> 운영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운영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서 은행계좌에 1억원 이상 쌓여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추가 투자자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옆에서 주미지가 어드바이스를 했다. “돈 때문이 아니고, 나훈아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영업도 하고, 나훈아 동호회를 만들면 즐겁지 않을까요?” 그러나 최유전은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동업을 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기고, 동업자 간에 서로 원수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달 동안 고민해보기로 했다. 최유전은 이런 중요한 문제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당분간 주미지에게 혼자서 치킨집을 운영하도록 맡기고, 자신은 만리포해수욕장으로 갔다. 혼자 4인용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식사는 하루 세끼 라면만 먹었다.
버너도 두 개나 준비하고, 생수도 50개를 준비했다. 반찬은 단무지만 먹기로 했다. 비상식량으로 건빵은 필수였다. 그리고 술은 소주 20병을 준비했다.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서는 진한 안주는 절대 금물이었다. 깡소주에 라면이나 단무지, 건빵이면 충분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훈아> 노래를 24시간 틀어놓는 일이었다. 특히 <해변의 여인>은 아침에 눈을 뜨면, 오프닝 곡으로 제일 먼저 틀었다. 그리고 마지막 잠들기 전에도 <해변의 여인>을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야영을 하면서 <해변을 여인>을 듣고 자면, 꿈속에서 현재 동거하고 있는, <주미지>와 그녀의 남편 <남진패>씨가 꼭 같이 나타나서 손을 붙잡고 해변을 걷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꼭 <남진>의 노래만 부르는 것이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미워도 다시 한번> <가슴 아프게> <못 잊어서 또 왔네> 등이었다.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은 주미지는 100% 나훈아 팬인데, 어떻게 꿈에서는 남편이 부르는 <남진>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유전은 꿈속이었지만, 너무 속이 상했다. 꿈속에서 최유전은 그 남편을 향해 부엌칼을 들고 돌진했다.
“이 나쁜 놈! 어떻게 <남진> 노래를 부르냐! 나훈아 황제님의 노래를 불러라!” 그랬더니, 주미지의 남편은, 더 큰 소리로 남진의 <둥지> 노래를 부르면서 도망가는 것이었다.
최유전이 빠른 속도로 뒤쫓아가니, 갑자기 돌아서면서, 입에서 불을 내뿜는 것이었다. 최유전은 그 불길에 옷에 불이 붙었다. 순간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의식을 잃고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데, <주미지>가 완전 나체로 최유전을 껴안고 바다 위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꿈에서 깨어보면 온 몸에 진땀이 흘렀다. 식은 땀으로 마치 샤워를 한 것같았다. 일주일간의 야영생활 끝에 <최유전>은, <나훈아통닭>집을 투자자들을 받아들여 크게 확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나훈아통닭> 집 창문에 크게 써서 광고문을 붙였다. <이번에 뜻한 바 있어, 투자자를 몇분 모시기로 했습니다. 다만, 1인 투자한도는 1천만원입니다.> 이런 광고문을 붙이자, 곧 투자희망자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면접을 봐야 하는데, 너무 응모자가 많아서 힘이 들었다. 면접은 오후 6시에 시작했다. 밖에서 줄을 서있는데, 500미터나 되었다. 인근 파출소에서 나와서 교통정리를 해주었다. 혹시 불상사가 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최유전>은 코로나 사태 때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데 사용하던 방법을 참고로 해서 응모자들에게 대기번호표를 만들어서 나누어주었다. 은행에서 고객들 번호표 뽑는 중고기계를 사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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