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심장> 한낮의 증오는 타오르고 낡은 커튼으로 가릴 수 없어 나그네는 눈을 감는다 열병으로 지친 벌판에 태양은 작열하고 바위 틈새에 핀 악의 꽃들은 봄을 만끽하고 있다 타인의 심장을 이식한 것처럼 박동소리 조차 낯설고 도시의 소음은 거대한 기계소리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눈송이처럼 떨어지며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가고 공원의 시계탑은 정오를 지나 정지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