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위증교사죄
사건 명
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도5114 판결
위증교사
사건의 개요
피고인 갑은 자신에 대해 공소제기된 형사사건에 관하여 을에게 법정에서 허위의 진술을 하도록 교사하였다. 이러한 교사를 받은 을은 법정에서 선서한 후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였다. 검사는 을에 대하여 위증죄로, 갑에 대하여는 위증교사죄로 기소하였다. 원심판결은 갑에 대하여 위증교사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인에 대해 피고인 자신이 위증교사를 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판결 이유
피고인이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는 행위는 피고인의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위증을 하면 형법 제152조 제1항의 위증죄가 성립되므로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타인을 교사하여 위증죄를 범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방어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교사범의 죄책을 부담케 함이 상당하다.
판례평석
위증죄의 구성요건
위증죄란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152조 제1항). 국가의 사법작용으로서의 심판기능과 징계기능을 보호벅익으로 한다. 위증죄의 주체는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며, 따라서 위증죄는 선서한 증인만이 원칙적으로 정범이 될 수 있다. 증인은 재판이나 징계절차에서 당사자 이외의 제3자로서 자기가 경험한 사실에 관하여 법정에서 진술하는 자를 말한다. 형사소송의 당사지인 피고인이나 민사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는 위증죄의 주체에서 제외돤다. 따라서 형사피고인의 허위진술이나 수사단계에서 참고인의 허위진술도 위증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증인으로 선서를 한 다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위증죄로 처벌된다. 통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도 1987. 7. 7. 86도1724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선서한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면 위증죄의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진술의 허위성
위증죄는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성립한다. 허위의 개념에 대해서는,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며 증인의 기억과 일치하는가는 불문한다고 해석하는 객관설과, 허위란 증인이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이 객관적 진실에 일치하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주관설이 대립되고 있다. 통설과 판례는 주관설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은 주관설의 입장에서 허위의 진술이란 객관적 사실이 허위라는 의미가 아니라 체험한 사실을 기억에 반하여 진술하는 것을 말하며(대판 1984. 5. 29. 83도2410), 증언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였다고 하여 기억에 반하는 진술 즉 위증이라고 할 수 없고(대판 1996. 8. 23. 95도192), 반대로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한 때에는 진실과 일치하는 경우에도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89. 1. 17. 88도580). 그리고 위증죄의 미수범은 처벌되지 않는다. 또한 허위의 진술을 한 증인이 신문이 끝날 때까지 이를 시정한 때에는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증인의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인지 여부는 그 증언의 단편적인 구절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당해 신문절차에 있어서의 증언 전체를 일체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증언의 의미가 그 자체로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에는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용법, 문제된 증언이 나오게 된 전후 문맥, 신문의 취지, 증언이 행하여진 경위 등을 종합하여 당해 증언의 의미를 명확히 한 다음 허위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2.10. 선고 2003도7487 판결 참조).
위증죄에 대한 처벌
형법 제152조 제1항은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위증죄를 범한 자가 그 진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제153조). 그리고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함으로써 단순위증죄보다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제152조 제2항).
형사피고인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해 타인에게 위증교사한 경우
형사피고인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위증을 하도록 교사한 경우 위증죄의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소극설은 정범으로 처벌되지 않는 피고인에게 교사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피고인이 다른 사람을 교사하여 위증하게 하는 것은 피고인 자신이 허위의 진술을 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위증죄의 정범이 될 수 없는 피고인은 결국 교사범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설로서는 소극설이 다수설이다. 이에 대해 적극설은 형사피고인 본인에 대하여 위증죄가 성립하는 않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기 때문인 것인데 다른 사람에게 위증을 교사하는 경우까지 책임이 조각된다고는 할 수 없다. 정범에게 위증죄가 성립하는 이상 교사범의 성립도 인정하여야 한다. 정범과 공범의 불법의 성격은 다른 것이며 피고인의 위증교사행위는 자신에게 부여된 형사소송법상의 방어권의 범위는 넘는 것이라는 점을 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 판결을 통해서 적극설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어
최근에 법조비리사건과 관련하여 변호사의 위증교사문제가 거론된 바가 있었다. 위증죄는 현실적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직접적인 피고인 또는 그 가족 등의 적극적인 요청이나 부탁에 의해 증인이 허위진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부탁하지 않는데 자발적으로 법정에 나가 선서를 하고, 위증죄의 책임을 질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때문에 증인이 위증을 했을 때 증인은 위증죄로 처벌받는데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는 것이 법적 정의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설은 피고인은 위증죄의 정범성을 가지지 않고 위증죄로 처벌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한 행위만을 별도로 교사죄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이와 반대의 견해로 피고인 자신도 스스로 증언은 하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위증을 하도록 교사해서 그 사람이 허위증언을 했다면 위증교사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힌 점에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