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도박에 빠져 돈을 빌리고, 독촉을 받다가 일을 저질러 인생을 망치게 되었다. 희생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목숨까지 잃게 되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이처럼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되어 서로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것이다.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사건의 내용을 보면, 직장인이었던 가해자는 인터넷도박에 빠져 1억원을 잃었다고 한다. 직장인이 1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도박으로 잃게 되면 앞이 캄캄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황폐한 상태가 되어 올바른 판단을 못하게 된다.
도박을 하기 위해 중학교 동창이자 직장 동료인 피해자로부터 2천5백만원 빌렸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32세의 나이다. 그 나이에 2천5백만원을 빌려준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사이라고는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돈을 빌려주고 꿀 정도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이다. 요새는 웬만한 친구 사이라도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학교 동창이 같은 직장에 다니니 얼마나 믿고 서로 의지하고 살았을까? 삭막한 현실에서 두 사람은 정말 형제보다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상대방은 어렵게 돈을 만들어 빌려주었을 것이다.
가까운 사이에 돈거래를 하게 되면 관계는 나빠지고 원수가 된다. 통계적으로나 경험칙에 비추어 맞는 말이다. 가까운 사이에서는 돈거래가 엄격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차용증이나 영수증 작성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변제가 안 될 때 어떻게 하겠다는 약정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 엄격하게 법적으로 따지고 확실하게 한다고 하기가 쑥스럽기 때문이다. 인정이 많은 사회에서 지나치게 법을 따져서도 곤란한 입장이다.
가까운 사람끼리는 이자나 변제가도 제대로 정하지 못한다. 그냥 어영부영 돈거래를 하고, 속으로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돈을 빌려간 사람이 사업이 잘 되어 제대로 이자나 원금을 갚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남에게서 돈을 꿀 정도면 그 사람의 상황이 얼마나 급하고 어렵게 된 것인지는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다.
돈을 빌려간 후 이자도 주지 않고, 약속기일을 어기기 시작하면 그것을 가지고 문제삼기가 어려워진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엄청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고, 상대방이 알아서 하기 전까지 꿍꿍 앓으며 기다리게 된다. 한마디로 돈을 빌려주고 혼자 고통을 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서 생고생을 하는 것이다.
막상 돈을 빌려간 사람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어려워진 자신의 환경을 헤쳐나가는 데 신경을 쓰게 되지, 친구와의 관계에서 불편하거나 미안한 점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겨를도 없다. 이른바 자포자기 상태에서 모든 것이 귀찮아 지는 것이다. 사람은 어떠한 경우이든 자기 자신부터 먼저 생각하지 남의 생각은 그 다음에 여유가 있으면 하는 것이다.
이때 채권자가 돈을 갚으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채무자는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갚을 능력이 없으므로 갚겠다는 약속은 매우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애당초 지킬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말로만 갚겠다고 하고 그 자리를 모면하면 잊어 버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서 채무자 자신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채무자는 거짓말이 습관이 되며, 채권자를 피하게 된다. 채권자의 전화도 피하고, 만날 기회도 피하고 본다. 채권자는 약이 오르게 되고, 더욱 빚독촉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경우 없는 사람이고, 처음부터 떼어먹을 생각으로 자신을 속여 빌려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채무자가 점점 미워지고, 가증스러워진다. 그리고 돈이 아까워 어떻게 해서든지 받아내려고 한다.
채무자는 이때 채권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기 보다는 채무자가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고, 근본적인 인간관계도 부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채권자에 대해 거꾸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오히려 채권자를 증오하게 된다.
그래서 채권자와 채무자는 사이가 멀어지며 서로가 악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채권자가 돈을 빌려쓰고 갚지 않는 채무자를 살해할 마음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 기본적으로 돈을 받아내는 데 목적이 있고, 기껏해야 채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돈을 받아내려는 수단으로 삼는 정도다.
그러나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채권자로부터 더 이상 돈을 꿀 생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채권자에게 악감정과 증오심을 가지게 될 뿐이다. 그래서 때로 살해하는 극단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32세의 젊은 나이다. 세상을 본격적으로 알아가면서 열심히 일을 해서 보람을 느끼고 살아갈 때다. 그런 젊은이들이 서로가 가까웠기 때문에 돈거래를 하게 되었고, 서로가 극단의 상황에 이끌려가서 한 사람은 살인죄의 피해자로서 고인이 되고, 한 사람은 살인죄의 범인으로서 구속이 되었다.
범죄란 때로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저지르게 되는 수가 있다. 그 범죄의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중대하다. 냉정한 이성을 되찾고 보면 결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온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감정의 통제, 이성적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돈거래를 할 때 보다 신중한 고려를 해야 한다. 자칫 돈거래를 하다가 돈 잃고 사람 잃게 되며,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주제 : `도박빚 독촉' 친구 살해하고 유기 [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