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면 참 새로운 기분을 느낀다. 주말에 푹 쉬어서 그런지 출근해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사람으로 하여금 살아있다는 의식을 주는 것 같다. 할 일이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이것 저것 할 일이 많이 있다는 건 그래도 중요한 축복이다.
출근길에는 여전히 많은 단풍잎들을 볼 수 있어 좋다. 도로변에 늘어서 있는 노란 은행나무의 잎들이 부분적으로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저 낙엽들이 다 떨어지면 또 겨울이 오는 것이다.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보낼 것이다. 긴 겨울밤 눈을 맞으며 봄을 기다리고, 봄이 오면 새싹들이 돋아나올 것이다. 그곳에서 생명을 확인하고, 우리는 또 세월의 편지를 읽게 될 것이다. 눈을 감으면 사계절이 저절로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남도미락에서 10여명이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같은 직업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대체로 화제가 늘상 비슷하다. 오래 된 사람들이라 하는 말도 대개 비슷하다.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강남성모병원에서 지인이 상을 당했다고 해서 문상을 갔다.
학교로 갔다. 강의를 했다. 학생들과 학문을 연구한다는 것은 참 보람있는 일이다. 돈을 버는 어떤 일보다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강의가 끝난 후 몇몇 학생들과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했다. 5시 반만 되어도 캄캄해진다. 어두운 길을 운전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