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자살
가을사랑
참 안타까운 일이다. 경찰청의 감찰조사를 받던 경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수사대상이 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을 했다. 왜 그럴까? 수사를 받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자살의 유혹을 받을 정도로 극한상황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사가 시작되면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신적 공황상태가 된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충격에 빠진다. 갑자기 기운이 빠지고 몸은 움직이기 조차 싫어진다. 어디까지 조사가 될지 불안하다.
특히 화이트칼라범죄에 있어서는 관련자들의 진술에 따라 수사가 되기 때문에 피의자는 불안한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 줄 사람조차 수사기관의 강압 또는 회유에 의해 모두 자신을 배신하는 상황이 된다.
뿐만 아니라 공직자의 경우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명예가 추락하기 때문에 더욱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럴 때 견디지 못하면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수사를 받던 중에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자살과 같은 치명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수사가 시작되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 무엇인가 수사의 단서가 있고, 그에 관한 증거가 확보되었기 때문에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 그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수사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러한 수사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갈 책임을 어느 정도는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수사 초기의 충격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게 된다. 세상이 캄캄해 보이고, 머리 속은 하얗게 백지상태가 된다. 이성을 잃게 되고, 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급성스트레스 증세를 경험하게 된다. 밤에 전혀 잠을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지새게 된다.
마음 속에는 공포감과 불안감으로 가득 차고, 식욕도 잃게 된다. 삶의 의욕을 완전하게 상실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매우 덧없이 보이고, 앞날이 까맣게 암흑 속에 빠져 버린다.
누구나 조사를 받는 사람은 똑 같은 심리상태가 되고 똑 같은 고통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 혼자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더 많은 것을 가졌던 사람들이 수사를 받고 모든 것을 잃었고, 끝내 징역을 살고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충격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완화되고 익숙해진다.
셋째, 혼자 있지 말고, 가까운 사람들과 상의를 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우선 가족과 가까운 친구, 친지들과 자신의 사건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인간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률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혼자서 꿍꿍 앓고 방안에 처박혀 있으면 아무런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만다. 자꾸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해결방법이 보이기도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법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가족들도 피의자 혼자서 고민하지 않도록 가급적 옆에서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
넷째, 적극적인 대처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잘못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과거사이고,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문제의 해결은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주변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스스로 조사받는 방법을 배워가면서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강력하게 반박하고, 대질조사 등을 통해 확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보장된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각종 증거자료를 제출해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조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최악의 상황을 감수할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최악의 경우, 모든 것이 밝혀져 재판을 받고 징역을 가더라도 교도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쳐 나간 곳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군들 징역을 살고 싶어 살았겠는가? 마음을 담대하게 먹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잃지 않게 된다.
여섯째, 하나님께 전적을 맡겨야 한다. 수사가 시작된 것 자체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혼자 잘났다고 세상을 제멋대로 살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엄청난 시련을 주시는 것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사람의 힘으로 풀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수사가 시작된 경위를 생각하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어떤 수사관을 만나느냐가 또 중요하다. 아주 독하고 비인간적인 검사나 수사관을 만나면 똑 같은 사안이라도 수사과정과 결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리고 말밖에 없는 사건에서 관련자들의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 사람들이 자신만이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일이 많기 때문에 사건은 결국 많은 사건관련자들과 수사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 가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게 된다.
그것을 피의자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악하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도와 주셔야 가능하다. 그래서 수사를 받는 도중 가급적 많은 시간을 내서 기도하라. 시련에서 견디게 하는 힘과 용기를 주시고, 수사를 하는 사람들이 비인간적이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꾸준히 해야 한다.
'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사 받는 마음가짐 (0) | 2007.02.13 |
---|---|
수사권남용 (0) | 2007.02.13 |
형벌의 한계 (0) | 2007.02.08 |
결혼사기와 업무방해죄 (0) | 2007.02.06 |
해외도피사범 (0) | 2007.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