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자동차 명의수탁자의 절도죄 및 사기죄 성부
사건명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4498판결
사기, 절도
사건의 개요
이 사건 매그너스 승용차는 피해자 갑이 구입한 것이고, 갑은 장애인의 면세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을의 명의를 빌려 등록을 하였다. 피고인은 자동차 등록명의자인 을의 딸로서 위 승용차를 열쇠공을 통해 문을 연 후 몰래 가지고 가서, 일주일 후에 피고인이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병 자동차매매상사 직원에게 매도하고 그 대금으로 700만원을 교부받았다.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피해자 갑 소유의 자동차에 대한 절도죄와 피해자 병에 대한 자동차매매대금편취사실의 사기죄로 기소하였다. 원심은 위 사안에 대하여 절도죄 및 사기죄에 대하여 모두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가 상고를 하였다. 대법원은 절도죄는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고, 사기죄는 무죄라고 판단하면서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 이유
자동차에 관하여도 명의신탁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며,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위 제3자와 명의수탁자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 또한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상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있는 것임이 분명하고, 제3자로서도 자기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무슨 실질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있을 리 없으므로 그 명의신탁 사실과 관련하여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그 제3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없다.
판례평석
1. 자동차의 명의신탁 인정 여부
자동차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제3자 명의로 명의신탁을 해 놓은 경우 그 자동차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원심판결은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의하면,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그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위 승용차는 피고인의 어머니인 을의 명의로 등록된 상태이었으므로 을의 소유였다고 할 것이고, 을은 피고인에게 승용차를 매도할 것을 승낙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가져간 행위는 소유자의 승낙에 의한 것으로서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고 보았다.
2. 자동차절도죄 성립 여부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동차를 몰래 가져간 경우 절도죄가 성립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을의 공모 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아 위 승용차를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위 제3자와 명의수탁자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3. 자동차처분행위와 사기죄 성립 여부
피고인은 피해자 병 자동차매매상사의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절취한 위 승용차를 마치 피고인이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이에 속은 위 회사의 직원에게 위 승용차를 매도하고 즉석에서 그 대금으로 7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원심판결은 이러한 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준 경우, 명의신탁의 법리상 대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그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있는 것임이 분명하고, 제3자로서도 자기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상 무슨 실질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있을 리 없으므로 그 명의신탁 사실과 관련하여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거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서 그 제3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없고, 나아가 그 처분시 매도인(명의수탁자)의 소유라는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역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이는 자동차의 명의수탁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피고인이 설령 명의수탁자인 을과 공모하여 절취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명의신탁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고, 따로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종료될 것이며, 더욱이 명의신탁을 해지하더라도 그 등록이 말소, 이전되기 전까지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가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승용차를 가지고 왔고, 그것이 절도죄에 해당될 수 있으며, 나아가 피고인이 그와 같이 위 승용차를 처분하면서 위 승용차가 명의신탁된 것임을 고지하지 않고, 위 을의 소유라는 말을 하는 등으로 피고인이 대외적으로 적법하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여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매수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맺은 말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차량이 그 자동차등록원부에 타인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 이상 그 차량은 피고인의 소유는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낙 없이 미리 소지하고 있던 위 차량의 보조키를 이용하여 이를 운전하여 간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판 2005. 11. 10. 2005도6604).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하여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위 차량은 그 등록명의자의 소유이고 피고인의 소유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서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자동차 등에 있어서 등록명의와 다른 명의신탁관계를 인정한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