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죄(1)
가을사랑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참 다양하다.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람이란 참 미묘한 존재이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머리는 기가 막히게 좋고,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연히 만나 악연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은 정말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처럼 보여진다.
최근에 대법원판례에 나타난 사건을 보면, 한 여자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강간을 당하고, 가정이 파탄나고, 인생이 비참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무엇을 조심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강간죄란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강간죄가 성립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영숙(가명)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가정주부의 삶이란 단순하고 피곤하다. 늘 똑 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일탈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기도 한다.
많은 가정주부들이 삶의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남자들과 데이트도 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부분은 별탈없이 넘어간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일부 가정주부들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와 만나 친구 겸 애인처럼 지냈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바람둥이 주부는 잘 피해 가는데 처음 하는 서툰 주부는 이상하게 말썽이 생긴다. 영숙은 결혼 전에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와 헤어진 후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평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정수(가명)라는 사람이 우연히 나타났다. 그러면서 정수는 영숙의 옛날 애인인 것처럼 행세하였다. 사건기록을 볼 수 없고, 단지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사실관계만을 가지고 보면 정수가 어떻게 영숙의 옛 애인인 것처럼 행세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 사건에서는 정수는 영숙에게 옛날 애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영숙을 모텔로 데리고 가서 어두운 방에서 1회 성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다.
결혼 해서 살고 있는 가정주부인 영숙에게 자신이 마치 옛날 애인인 것처럼 거짓말로 속여 모텔방으로 오라고 해서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육체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세상에는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난다. 일반 사람들의 사고로는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기묘한 일들이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정수는 영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철(가명)이라는 사람이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 거짓말을 했다. 다시 말하면 영숙이 정수를 만나기 위해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과 모텔 방호수를 사진으로 찍어놓았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숙과의 성관계를 요구한다고 말을 전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