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불안감
가을사랑
정훈(가명, 43세)은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드디어 검찰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자로부터 고소를 당한지 벌써 4개월이 되었다. 처음 고소를 당했을 때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그러면서 우울증세가 생겼다. 견딜 수 없어 정신과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게 되었다. 4개월 동안 우울증 치료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여자가 느닷없이 고소를 해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내연의 여자는 3년 넘게 만나서 연애를 했던 사이였다. 유부녀인 그녀를 만나 정을 통하면서 가깝게 지냈는데, 그녀에게 다른 애인이 생겼다. 그래서 서로 다투다가 남편이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정훈을 상대로 강간죄로 고소를 했다. 강제로 여관에 끌고가서 겁을 주어 간음을 했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정훈이 그녀를 상대로 통정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고, 그러한 협박 때문에 그녀는 정훈에게 700만원의 지불각서를 작성해서 써주었다는 것이었다.
정훈의 주장은 정 반대였다. 그녀와 3년 넘게 육체관계를 맺어왔던 것이고, 그때마다 용돈을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자주 만나자 자신과의 관계를 정산하자고 하여 그동안 자신이 주었던 돈을 계산해서 700만원의 지불각서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관에서의 육체관계는 늘상 해오던 대로 했던 것이지 무슨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사건을 가지고 서로가 다른 주장을 하게 되면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가 어렵다. 결국 증거에 의한 판단을 하지만, 증거에 대한 가치판단도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방이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에 속은 수사기관이 사실과 다른 판단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사나 재판이 위험한 것이다.
정훈은 특히 소심한 사람이었다. 검사실에 가서 조사를 받으려는 생각을 하니 일주일 전부터 밥도 잘 못먹고 잠도 자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감에 빠지게 되었다. 물론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소인인 그녀의 주장처럼 자신이 무슨 범죄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피의자는 심리적으로 불안과 초조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런 일만 없었으면 얼마나 평안하고 행복할까? 그게 일반 사람들의 작은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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