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위조의 형사책임

 

가을사랑

 

최근에 대학 교수의 허위학력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요? 신성한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매우 창피한 일입니다. 대학입시학원에서 명성을 얻은 유명한 학원강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유명 대학교 졸업증명서를 직접 위조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여 이력서와 함께 학원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위조한 대학교 졸업증명서와 토익성적표를 가지고 대기업체에 취직하기도 합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허위 학력과 경력으로 유권자들을 속여 선거에서 당선되기도 합니다. 일부 연예인들이나 종교인들도 허위 학력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거나 신도들을 현혹시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학력을 허위로 속인 경우에 어떠한 형사책임이 따르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을 속이는 것만으로 곧 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거짓말이나 허위 과장선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졸업하지도 않은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거짓말을 하여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그로 인해 어떠한 재산상 거래를 하였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학력에 대한 거짓말과 피해자의 착오로 인한 재산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유명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함으로써 특정 전문분야의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상대방이 특정 대학교를 졸업하지도 않고 학위도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았다면 그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도급금액을 지급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교수로 임용받기 위하거나 기업체에 취직하기 위하여 허위로 작성된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를 제출하였다면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서류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여 만들어 달라고 하면 사문서위조죄의 교사범이 됩니다. 형법 제231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증명에 관한 문서라 함은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실의 증명에 관한 문서를 의미합니다. 대학교에서 발행하는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학교나 기업체에 취직하면서 자신의 학력에 관하여 거짓말을 하면서 위조된 서류를 제출하였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라 함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죄를 말합니다. 업무방해죄는 형법 제314조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학교나 기업체에서 직원을 뽑을 때 서류심사를 하여 정당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려고 하는데 거짓말로 학력을 속이고 그에 상응하는 거짓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선발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다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대학교측은 제출된 자료를 제대로 심사할 입장에 있기 때문에 만일 이러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의 성립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신청인이 제출한 서류를 관공서에서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무조건 신청인을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와 같은 이유에서 도출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이력서와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제출하여 회사 공원으로 취업한 경우에는 회사의 직원채용업무를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타인이 작성한 학위논문을 사립대학에 제출한 경우에도 위계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대판 1996. 7. 30. 94도2708). 고등학교 입학원서 추천서란에 사실과 다르게 조작 허위기재하여 그 추천서 성적이 고등학교 입학전형의 자료가 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대판 1983. 9. 27. 83도1864).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도 허위사실공표죄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허위학력으로 물의를 빚었던 모 대학 교수에 대한 영장기재 범죄사실은 미국 A 대학 학사 석사 학위, B 대학 박사학위증명서 등을 위조하고, 이를 모 대학에 제출하였으며, 학력을 사칭해서 모 대학 교원모집에 응해 정상적 임용절차를 방해하였고, 거짓이력서를 작성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모집에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범죄사실에 대한 죄명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기각사유는, 검찰이 혐의사실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피의자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증거를 없앨 염려가 없다, 피의자가 미국으로 출국했으나 그때는 수사가 개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도망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 수사를 받기 위해 자진 귀국해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했고, 도망 우려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력위조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 자체가 지나치게 학벌을 숭배하는 분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단순한 학벌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개인의 실력, 전문성, 능력, 도덕성 등이 정확하게 평가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학력을 부풀리는 현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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