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열매(4)
가을사랑
철수는 법을 아는 사람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찰에서는 상대방 성매매여자를 조사했을 것이다. 여자의 진술이 있고, 그 여자가 철수와 통화한 전화통화내역이 있을 것이다. 보통 전화통화내역은 6개월 정도 보존되어 있다. 6개월이 지나면 대체로 통화내역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내역은 보존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여자가 작성해 놓은 장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적인 여성은 자신의 수입을 날짜별로 적어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성매매로 인한 불법적인 수입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여자도 있다.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로 주고받은 내용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성매매사건에서 수사의 단서는 윤락녀를 검거하는 데서 시작된다. 경찰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이른바 함정단속을 한다. 새롭게 범죄를 교사하는 형태의 함정단속이 아니라 실제로 성매매를 상습적으로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접근해서 단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법원에서도 적법한 것이라고 허용하고 있다. 전혀 성매매를 하지 않고 있는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성매매를 하자고 제안하여 비로소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단속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단속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 성매매를 자주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하자고 제안하여 만난 다음 검거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위법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경찰에서 이런 상습적인 여성을 적발하여 검거하면 그 다음 그 여자의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조회한다. 그러면 그 여자가 성매매를 한 상대방 남자들의 전화번호가 나타나게 된다. 그 기록에 근거해서 여자로부터 구체적인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다. 여자는 대개 젊은 나이에 사회경험이 많지 않아 경찰관의 조사에 모든 사실을 자백한다. 그러면 경찰관은 여자의 휴대전화에 통화기록이 나타난 상대방 남자들을 전화로 소환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철수가 출석하면 경찰은 그 여자와 대질조사를 하여 철수의 얼굴을 확인하고 성매매사실을 증명할 것이다. 철수의 경우에는 몇 달 전에 한번 만나 관계를 했던 그 여자의 얼굴이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애당초 얼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오로지 그 여자의 육체만을 탐했기 때문이었다. 애써 기억할 필요가 없고, 실제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던 여자의 얼굴이나 특징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다만 키가 컸는지 어땠는지 정도만 기억날 뿐이었다.
상대방 여자는 어떤 상황일까? 한번 몸을 섞은 상대방 남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윤락녀는 경찰수사에 협조를 해야 할 입장이므로 그냥 수첩에 기재되어 있거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통화기록을 근거로 상대방 남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그 일시에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사회생활에 바쁜 남자와 달리 여자는 나이도 어리고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성매매사실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여자는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일단 서로가 통화한 기록이 남아있고, 장부에 기재를 해놓았으면 많은 남자들과 성매매를 했어도 특정해서 진술을 할 수가 있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 날자에 그 남자와 만나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은 확신을 가지고 진술할 수 있는 것이다. 철수가 비록 성매매사실을 부인해도 여자의 진술과 기타 증거자료만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철수가 빠져나가는 방법은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이다. 만일 남아있는 물적 증거가 여자와 통화했던 내역밖에 없다고 하면 철수의 태도에 따라 수사는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철수가 상대방 여자와 전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우기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의 진술만으로 성매매사실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두번째는 철수가 상대방 여자와 통화를 했다고 해도 실제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방법이다. 모텔에 투숙했던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고, 오직 여자의 진술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남자는 인터넷으로 약속을 하고 약속장소에서 만났으나 돈 문제로 다투다가 그만 두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아니면 모텔까지 갔으나 서로 싸워 그냥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수표로 돈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주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일 수도 있다. 셩매매는 남자와 여자가 성교 또는 유사성교를 해야 처벌되고 미수범이나 예비죄는 처벌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적극적인 부인을 하거나 변명을 해서 빠져나가는 성매매사건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철수의 경우에는 부인이 알면 곤란한 사정이었다. 부인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치명적이었다. 부인은 절대로 이런 사실을 이해하거나 용납할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경찰에서 오라고 할 때 빨리 가지 않고 있으면 집으로 출석요구서가 날라올 판이었다. 경찰서에서 집으로 보내는 출석요구서는 일반 우편물과는 다르기 때문에 쉽게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성매매사실을 부인하면 또 재차 출석을 해야 하고, 검찰에 가서 또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과정이 길어지면 자연히 부인이 알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철수는 일단 시인하고 빨리 사건을 종결시키도록 바랬다.
그러나 찜찜한 것은 남아 있는 다른 성매매사실이 또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 다른 여자들이 나중에 검거되어 수첩이나 휴대전화통화내역 등이 밝혀지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들의 신원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백을 해보았자 가공의 사실이어서 처리될 수도 없어 보였다.
철수는 반성을 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의식 없이 무심코 했던 일이 이처럼 커다란 파문을 가져오고 고통을 줄지는 몰랐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죄의 대가가 이토록 커다란 고통인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담과 하와의 후손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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