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열매(3)
가을사랑
철수와 상대방 여자 사이의 인터넷에서 이루어진 약속은 곧 이행되었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생면부지의 남자와 여자가 인터넷에서 갑자기 약속을 한다. 서로 만나 섹스를 하고 돈을 주고 받고 한다는 약속이다. 이런 약속은 일반 동물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다. 오직 인간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고도의 이성을 가진 인간이 도덕적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가장 저급한 동물적 본능으로 행동하기로 하는 계약을 하는 것이다. 계약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의미한다. 모든 일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고 진행된다. 두 사람은 번화한 지하철역 부근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로 나가면서 전화통화를 한 두 차례 한다.
그렇게 만나 부근에 있는 모텔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전철역 부근에 있는 모텔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찾기 쉽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전철이라는 대중교통수단이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되고 있어 남녀간의 섹스도 아주 손쉽게 간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고 신경을 써야하는 일은 젊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기피를 당한다.
짧은 시간에 성매매행위는 이루어지고, 성을 사고파는 대금이 교부된다. 현금으로 15만원을 주고 30분 정도 함께 모텔에서 머무른 다음 헤어진다. 물론 돈은 섹스를 하기 전에 먼저 지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다. 돈도 없는 남자가 거짓말로 성매매행위를 한 다음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그렇다고 여자의 입장에서 그 남자를 상대로 112신고를 할 수도 없다. 여자도 불법한 일을 하였기 때문에 112신고를 했다가는 윤락행위로 입건되어 처벌받기 때문이다. 처벌을 받을 뿐 남자를 상대로 화대를 청구할 수도 없다. 법에 의해서 그러한 불법원인급여는 청구가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윤락을 한 대가는 법에 의해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화대는 먼저 선지급되어야 여자는 몸을 주는 것이다. 그게 사회의 관행이고 불법세계의 법칙이다. 지하세계에는 그 나름대로의 별도의 법과 기준이 존재하는 법이다. 때때로 화대 때문에 시비가 벌어져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입건되는 경우가 있다. 몹시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오죽 했으면 함께 입건될 각오를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겠는가?
남자와 여자가 성매매를 한 다음에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한 번의 성매매행위로 거래는 끝나고 더 이상의 만남은 서로가 생각하지 않는다. 그 허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동물적인 성관계를 맺고 그에 대한 수고비조로 현금을 주고 더 이상의 관계는 없다. 서로가 이름도 알 필요도 없다. 오히려 서로가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위험하기도 하고 불편하다. 현대판 성풍속의 한 단면이다. 그로 인해 얻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철수는 새로운 여자와 섹스를 했다. 짧은 시간의 성행위는 새로운 호기심을 충족시켰고, 권태로운 세상에서 잠시동안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섹스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만족감도 없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반면에 그는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인격이 추하게 추락하고 나르시시즘이 훼손당하고, 섹스 후의 허망함 때문에 여자에 대한 고상함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고귀한 가치가 동물적인 섹스 때문에 짓밟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섹스를 통해 남자와 여자는 이성과 도덕에서 말초적 본능을 자극시켜 스스로 천사의 지위에서 동물의 위치로 타락했다. 철수는 그런 허망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돈도 아깝기도 했다. 15만원이면 가족들과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무드를 잡고 우아한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 가서 오페라를 관람할 수도 있는 돈이었다. 그런데 불과 30분만에 그 허망한 일에 15만원을 주고 말았다. 그게 철수에게 남겨진 결과였고 상처였다. 그런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완전히 손을 끊지 못했다. 금단의 열매는 한번 먹게 되면 계속해서 먹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금단의 열매는 다른 실과와 달리 보이지 않는 유혹을 가지고 있고, 한번 먹으면 두번째부터는 아주 쉽게 따먹을 수 있게 되는 속성이 있다. 본인이 먹든, 아니면 금단의 열매가 유혹하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다.
상대방 여자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그녀는 우선 돈을 벌었다. 짧은 시간에 성매매행위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15만원이라는 큰 돈을 받았다. 윤락의 대가인 화대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문제는 아주 어려운 법철학적인 문제이고 형사정책적인 과제다. 그 논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지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실정법은 이러한 성매매행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주 단순한 창녀촌에서의 매춘행위는 직업적임을 인정하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매매행위는 똑 같은 매춘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적극적인 기획수사에 의해 단속이 된다. 이른바 고급창녀와 같이, 겉으로는 매춘이 아닌 것으로 보여지지만 남자와 여자가 성을 매개로 해서 상대방과 불륜의 성관계를 맺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속적으로 받는 관계는 매춘(賣春)이 아니다. 내연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정말 사랑하는 내연의 관계에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은 다르지만, 한쪽에서는 사랑도 없이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해 육체관계를 맺고 돈을 받아 쓰는 경우에는 다르다. 수많은 다른 이성들과 비슷한 관계를 맺으면서 돈을 받아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매춘과 사랑 사이의 경계선상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은 이런 경우에도 파고들어가 성매매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 등이 될지는 몰라도 말이다.
철수의 상대방 여자가 받는 그 돈은 생활비로 쓰여지거나 유흥비로 쓰여질 것이다. 화장품이나 옷을 사는데 쓰여지기도 할 것이다. 그 여자는 오직 돈 때문이었을 것이다. 돈 때문에 아무 감정도 없는 남자와 처음 만나 몸을 섞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돈의 효용은 이처럼 못해내는 것이 업게 되었다.
철수는 그 후에도 몇 차례 이런 일을 되풀이했다. 아주 나쁜 버릇이었다.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는 습관, 탈선적인 섹스를 하는 버릇, 도박이나 마약을 하는 중독증세 등이 사람들에게는 있다. 성매매는 이런 유형에 들어가는 나쁜 버릇이다. 그리고 매우 위험하다. 성병에 감염될 수 있고, 에이즈에 옮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런 위험요소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일을 저지른다. 철수는 마지막 성매매행위 이후 3개월 동안 더 이상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내 일이 터져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철수는 문자메시지에 찍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다. 담당 경찰관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고 경찰서로 오라고 했다. 철수는 마음이 급해졌다. 궁금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 다음 날 출석하기로 약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