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열매(2)

 

가을사랑

 

 

철수는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갖춘 부인이 있었고, 자녀도 한 명 있었다. 철수는 직장도 안정되었고 돈도 별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편안함과 익숙함 때문에 찾아오는 권태로움이 문제였다.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 가끔 엉뚱한 일탈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부간의 성생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철수는 인터넷을 통해 유혹에 걸려들었다.

 

사람들에게 유혹은 갑자기 찾아온다. 그 유혹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혹의 일시적인 달콤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게 하고 합리적인 감각을 마비시킨다. 돈의 유혹, 이성(異性)의 유혹이 얼마나 무서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는가? 우리는 늘상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사건들을 보고 있다. 

 

대형 스캔들 역시 이런 유혹에서 출발한다. 잘 나가는 인사들이 한 순간 잘못 생각해서 유혹의 덫에 걸리고, 오랫동안 그것이 악마의 선물인 줄을 모르고 달콤함에 빠지고 우쭐해 있다가 갑자기 깊은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깊은 유혹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야유를 하고 돌팔매질을 한다.

 

자신들도 똑 같은 잘못을 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눈에 띄이는 남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아주 가혹하다. 가차없는 비난을 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비뚤어진 인간의 심성은 이렇게 표출된다. 그 비난은 인정사정 없는 것이며,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나서야 그친다. 이천년전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비난하다가 마침내 십자가에 못박게 한 다음에야 조용해졌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사악함은 끝이 없다. 돌팔매질을 당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아무런 기력도 없는 상태에서 하루 하루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무슨 잘못이 있던지 간에 그 사람으로서는 모든 것을 상실한 식물인간의 상태인데 그를 향해 아주 가혹한 돌팔매질을 계속한다. 그가 완전히 짓밟혀 정신적인 사망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계속한다.

 

그러한 인간의 사악함은 법과 도덕, 인간적 양심, 사회정의라는 이름으로 위장되고 정당화된다. 그가 위선자였다는 사실과 거짓말을 하고 법과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점은 인간사회에서는 결코 용남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종교적인 신념 이상이다. 


철수는 성매매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제의에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넘어갔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쉽게 망각되고 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뱀의 유혹은 항상 감미롭게 다가온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더러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세기 3장 4절 ~5절).

 

뱀은 하나님의 명령을 왜곡해서 인간을 설득시키려고 했다. 뱀은 하나님이 명령을 해석할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은 교묘한 방법으로 인간에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굴절시켜 변질시키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뱀의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인간의 이성적 기준에 의해 사물을 판단했다. 인간의 이성으로 볼 때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실과는 먹을 수 있는데 오직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만 먹지지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는 하나님의 명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 어찌 하나님의 말씀을 모두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으랴! 인간은 인간일 따름이다.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창세게 3장 2절~3절).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하와의 말도 하나님의 명령을 인간적으로 왜곡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세기 3장 16~17절)라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셨다. 하와의 말처럼 죽을까 하노라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정녕 죽으리라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선악과를 먹는 행위는 곧 사망을 뜻한다. 선악과취식은 인간의 사망과 연결된다. 사망할 수 있다는 사망의 가능성과는 다르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죽을 수 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고 질적인 차이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선악과를 먹으면 너는 죽는다'라고 정언적인 금지규범을 선포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수범자인 인간은 이것을 자의적으로 달리 해석하여 '선악과를 먹으면 너는 죽을 수 있다'라고 이해하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죽을 수도 있지만 죽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자의적 해석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행위를 할 수도 있는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하나니의 명령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아가야 할 인간이 그 명령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교만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뱀은 바로 이러한 인간적인 이성적 판단에 근거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인다. 바로 뱀은 아담과 하와에게 이렇게 질문을 함으로써 시작했다.

 

"뱀이 여자에게 물어 가로되 하나님이 너희더러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창세기 3장 1절). 물론 하나님은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아니었다. 오직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만을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이었다.

 

어리석은 인간의 눈으로는 그런 하나님의 명령의 의미를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하나님의 명령은 수범자인 인간의 입장에서 그 의미를 해석해서 자기 이성으로 이해가 되면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따르지 않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무조건 절대적으로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인 명령이다. 

 

금단의 열매는 죄를 말한다. 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간의 마음을 말한다. 그 금단의 열매를 따서 손에 쥐고 있기만 해도 인간은 이미 죄악에 가깝게 다가가 있는 것이다. 언제 죄악의 불꽃이 그에게 튀어 사망에 이르게 할지 모른다.

 

금단의 열매를 입에 넣어 먹고 뱃속에 넣으면 그때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불륜의 간음이라는 악마의 유혹이 담긴 죄를 저지르면 그 사람은 일시적으로는 달콤할지 몰라도 언제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사망할지 모른다. 

 

그는 언제라도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불륜(不倫)이란 가정을 파괴하고 인간을 파탄에 빠지게 하는 무서운 죄악이다.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 이성에 근거한 판단으로서는 뱀의 말과 같이 "과연 정식의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사랑하는데 그게 무슨 커다란 죄일까? 하나님께서 간음하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은 지나치신 명령이 아닐까""라고 회의를 가지고 그 명령의 의미를 해석하고 인간의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서 지키고 싶으면 지키고 그렇지 않으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편리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막상 간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고통을 받게 되면 그 고통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중대하고 치명적이다. 지상에서의 작은 천국이라는 가정은 날라가 버리고 외롭게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집착했던 사랑도 시간이 가면서 변질되고 허망한 존재로 전락한다. 남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그 허망한 사랑 때문에 진정한 가치를 가진 다른 모든 것들을 잃었다고 할 때 그는 과연 더 이상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뒤늦게 왜 하나님께서 간음하지 말라는 명령을 하셨으며, 그 명령을 위반하면 너희가 정녕 죽으리라고 말씀하셨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처음부터 하나님께 무조건 복종했어야 한다. 하나님의 명령은 어린 아이처럼 무조건 따르고 순종해야 한다. 하나님의 명령과 말씀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불복종해서는 안 된다. 명령에 대한 복종과 불복종의 경계를 인간이 임의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에던의 동산에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절대적인 관계만이 존재한다. 그 관계가 절대적일 때 마귀와 사탄은 끼어들지 못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선악과를 따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경고하셨다. 하나님께서는 '간음하지 말라'고 단언적으로 명령하셨다. 그런 명령을 위반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어 결국 죽음과 같은 상태로 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쉽게 간음할 수 있는 유혹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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