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목적의 성관계


가을사랑



“김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새 바쁘시지요. 제가 점심을 사드릴 테니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하하. 살다보니 별일을 다보겠네요. 미스 박이 점심을 다 사주겠다고 하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무튼 고맙소. 만납시다.”


평소 잘 다니는 술집의 여종업원인 미스 박이 점심을 사겠다고 전화를 하니 김 사장은 입이 딱 벌어졌다. 두 사람은 약속을 하고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물론 점심값은 김 사장이 냈다. 미스 박이 내겠다고 했지만 그게 말이나 되는가?

 

당연히 김 사장이 점심값을 내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호텔에 가서 성관계를 했다. 성관계는 미스 박이 단골 손님인 김 사장을 위해 서비스를 한 것이었다. 미스 박은 성관계의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다음 김 사장은 손님들을 데리고 미스 박이 일하고 있는 '하와이 클럽(가명)‘에 가서 술을 마셨다.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재미있게 놀았다. 이런 방식의 영업이 성매애알선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법에 위반되지 않는 영업을 위한 판촉행위에 불과한 것인가?

 

실제 사례를 보도록 하자. A씨는 2006년 서울에서 여종업원 4명을 소개받아 일본에 있는 자신의 술집에 고용한 뒤 돈이 많은 손님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여종업원들에게 평소에 관리하도록 시켰다. 여종업원들의 손님 관리는 주로 성관계로 이루어졌다.


A씨는 서울의 한 직업 알선브로커로부터 술집 여종업원 4명을 소개받은 뒤 이들에게 선불금조로 각 250만원∼600만원을 지급하고 고용했다. A씨가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술집은 술을 마신 뒤 여종업원들이 손님들과 소위 2차(성매매)를 나가 성관계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업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A씨는 여종업원들에게 성관계를 통해 손님관리를 하도록 했다. A씨는 돈이 있는 손님들의 연락처를 알아두었다가 종업원들에게 손님들을 지정해 두어 평소에 잘 관리하도록 했다. 여종업원들은 손님이 술집에 다녀간 며칠 뒤 연락하여 낮에 만나 성관계를 갖는 방법으로 고객을 관리했다. 성관계시 금품 지급은 일체 없었으나 손님들은 저녁에 주점으로 찾아와 술을 마셔 매상을 올렸다.


여종업원이 손님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성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술집 주인이 강요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니 종업원의 자유의사에 달려있었다. 그래서 만일 여종원이 싫어하면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술집에 여종업원을 소개시켜 준 B씨가 한국에서 검거되는 바람에 자신도 한국에 들어왔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A씨는 여종업원들에게 성을 파는 행위를 하도록 알선했다는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A씨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여자 종업원들에게 손님들과 성매매를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었다. 다만, 손님들로 하여금 하와이 클럽에 많이 오도록 유도를 하기 위해서 낮에 단골 손님들을 만나 섭외를 하도록 지시를 했다. 손님들을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차도 마시고 해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가급적 하와이 클럽에 많이 오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종업원과 단골 손님이 낮에 만나 함께 성관계를 갖는 것은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여자 종업원들이 손님들을 만나 하와이 클럽에 오도록 유치하는데 필요한 실비를 지급해 주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은 사안에서 하와이 클럽 여자 종업원들이 술집에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낮에 술집 주인으로부터 판촉비 명목으로 돈을 조금 받고 손님들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성접대를 하였을 경우에 이러한 행위가 성매매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매우 재미있는 케이스다. 제1심 법원의 판사는 이러한 사안에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술집에 손님을 유인하기 위한 판촉 행위로 술집 종업원과 손님들 사이의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성매매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A씨가 운영하는 주점의 여종업원들은 손님과 영업시간 외에 연락해 금품 거래 없이 성관계를 맺었고, 또 성관계를 통해 손님을 주점에 유도했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성관계에 대한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종업원과 손님이 영업시간 외인 낮에 연락해 성관계를 하고 그 대가로 일체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이 수수되지 않은 점, 성관계를 통해 손님을 주점에 유도할 수 있으나 손님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법에 규정된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ㆍ약속하고 성교행위 등의 행위를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봐야할 지는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즉 손님이 주점에 들러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 성관계에 대한 `대가'로서 `재산상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은 2004년 3월 22일 제정되었다. 이 법은 성매매 및 성매매알선등행위 및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에서 성매매라 함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ㆍ약속하고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① 성교행위, ② 구강ㆍ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성매매알선등행위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① 성매매를 알선ㆍ권유ㆍ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 ②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③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ㆍ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성매매알선등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접 성매매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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