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히 행해지는 간통행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가을사랑

 

옥소리 씨를 고소한 박철 씨는 간통죄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옥소리 씨는 간음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분명 진실은 하나일 것이다. 옥소리 씨가 간통을 했든지, 아니면 억울한 고소를 당했든지, 하나의 진실만이 있을 뿐이다. 고소를 당한 사람들이 간통사실을 자백하지 않는 경우, 법은 어떠한 증거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증명이 되면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간음행위를 정황증거에 의해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재판이다. 배가 지나간 자취와 같이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하였던 자취도 기이한 일이기 때문이다.  


첫눈이 내렸다. 밤새 하얗게 쌓인 눈 때문에 눈이 부시다. 순백의 눈은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 출근 길에 빨간 장미꽃이 정원에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흰 눈과 붉은 장미를 보면서 나는 사랑과 결혼의 순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행복하기로 굳은 약속을 하고 출발했던 결혼생활이 시간이 가면서 순수의 빛을 잃고 퇴색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옥소리 씨 부부의 이혼과 간통사건이 커다란 화제가 되었었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재벌 집안의 가정불화나 이혼은 언제나 많은 관심을 끌게 된다. 간통으로 고소까지 당하게 되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 박철 씨가 옥소리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분할청구를 하고, 더 나아가 간통죄로 형사고소를 하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 클로즈업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간통죄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간통사실은 어떠한 증거에 의해서 인정되는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부부는 정조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유의 구속이다. 정조의무는 일부일처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결혼한 부부는 배우자 이외의 다른 이성과 간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혼하면 애정의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간음을 하면 간통죄로 처벌한다. 아무리 바람둥이라도 결혼에 의해 중대한 제약을 받게 된다. 한 사람만 사랑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지키겠다는 혼인서약은 이제 법적으로 화체된다.  결혼하면 오직 한 사람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고, 정조의무를 위반하면 이혼을 해야 한다. 이혼도 강제적으로 당하게 될 뿐 정조를 지키지 않은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혼도 되지 않으니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바람을 피워야겠다고 하면 간통죄로 징역을 가라는 것이 법의 취지다.

간통죄라 함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 부부 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 예방을 위하여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01. 10. 25. 2000헌바60 결정).  간통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도 많다. 최근에 간통죄의 헌법위반성은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심의중에 있다.

간통죄는 남자와 여자가 간음을 한 경우에만 처벌된다.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에 삽입되어야 간통죄는 기수에 달한다. 반드시 사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간통죄는 미수범이나 예비음모행위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무혐의 결정이 날 수밖에 없다. 키스나 애무, 오랄섹스를 해도 간통죄는 아니다. 

간통사건에 대한 고소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간통으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배우자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해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선뜻 간통죄로 고소를 해서는 무혐의결정이 되고 만다.  간통이란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다.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지고, 간통죄에서 법이 요구하는 남녀 성기의 결합사실은 그 입증이 매우 어렵다. 당사자가 서로 말을 맞추어 부인하게 되면 범죄증명이 거의 불가능하다. 뇌물죄에 있어서 공무원과 업자가 서로 짜고 말을 맞추면 뇌물사실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간통죄를 나쁘게 인식하고 강한 비난을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호텔방에서 함께 밤을 지냈으면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두 사람이 분명히 성교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을 하고 간통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간통죄는 행위의 성질상 통상 당사자간에 극비리에, 또는 외부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하에서 감행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직접적인 물적 증거나 증인의 존재를 기대하기가 극히 어렵다 할 것이어서, 범행의 전후 정황에 관한 제반 간접증거들을 종합하여 경험칙상 범행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는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남녀가 심야에 여관에 함께 투숙하였고, 투숙한지 1시간 30분 가량 지난 뒤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 보니 남자는 팬티만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팬티와 브라우스만을 입고 있었으며 방바닥에 구겨진 화장지가 여러 장 널려 있었다면 두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 

그러나 점점 간통죄에 대한 폐지논의가 활발해지고, 형사재판절차에 있어서 적법절차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엄격한 증거재판주의로 나아가면서 간통죄에 대해 종전과는 달리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간통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다.  법원은 간통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간통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간접증거를 가지고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대체로 간접증거만 가지고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은 심증상 확실한데 구체적인 간통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불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흥신소에 돈을 주고 뒷조사를 의뢰한다. 흥신소에서는 의심스러운 남편의 뒤를 쫓는다. 보통 2~3명이 한 조가 되어 뒤를 미행한다. 자동차로 이동하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따라 타기도 한다. 그런 방법으로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확인하고,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모텔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도, 경찰관을 대동하고 가야 문을 열어준다. 모텔측에서는 단골손님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부인에게 비협조적이다. 투숙객에게 연락을 해주거나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 준비를 하게 만든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다음 부인이 모텔방에 들어가보면 증거를 다 치우고 침대시트도 깨끗하게 해놓고 둘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경찰관이 이러한 상황에서 간통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도 어렵고, 무조건 여자의 질내 정액검사를 하기 위해 강제로 신체검증을 하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간통죄 입증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경찰관은 간통피의사실에 대해 무리하게 강제수사를 하려고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고소인들은 이러한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와 법망의 허술함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데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수사에 있어서 적법절차준수 및 피의자인권보호이념의 강조 분위기가 깔려있다.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에서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라는 기본원칙이 있다. 

간통사실을 당사자가 극력 부인하고 있으면 다른 간접증거로써 이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고소인의 추궁에 의해 남편이나 상간한 여자가 간통사실을 시인하는 확인서나 각서를 써주어도 마찬가지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주고 받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면 틀림없이 성관계를 한 사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것만으로 간통사실은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는다. 나중에 수사나 재판을 받을 때 간통사실을 부인하면 단순한 확인서나 각서만 가지고 간통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실무에 있어서 모텔현장에서 체포되었어도 무혐의결정되는 사례가 많고, 심지어 동거생활을 하고 있어도 두 사람이 간음을 하지 않고 그냥 동거만 했다고 하면 무혐의되기도 한다. 이래 저래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간통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241조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간통죄의 법정형에 불과하다. 실제로 간통죄는 많은 경우 불구속수사되고 있다. 피고인이 자백을 하지 않는 한 재판도 상당히 오랜 시간 걸린다. 유무죄를 확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명백히 간통죄가 인정되고 고소인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면 실형을 선고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징역 6개월 내지 1년의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벌금형은 간통죄에 없기 때문에 선고가 불가능하다. 많은 경우 간통사건은 수사나 재판 도중에 당사자 간에 합의가 성립되어 고소가 취소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친고죄이므로 사건은 즉시 공소권없는 것으로 종결되고 석방된다.  

간통은 중요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해당되어 이혼사유가 되고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된다. 간통사실이 인정되면 이혼을 당하게 되고, 간통한 사람은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이른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간통한 배우자뿐 아니라 함께 간통한 상대방도 똑 같은 위자료지급책임을 진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함께 노력해서 잘 살아야 할 부부가 성격차이, 불성실, 다른 종교나 가치관, 경제적 육체적 무능력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끝내는 이혼까지 치닫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커다란 사회문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결혼을 하기 전에 잘 생각해야 한다. 정말 서로가 맞는 커플인지, 결혼하면 서로를 존중하면서 원만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생각하고 따져본 다음 결혼을 해야 한다.  결혼을 했으면 그에 대핸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한다. 이혼을 하게 되면 개인적으로 불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혼을 하려면 충분한 법적 지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야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간통죄폐지론의 논거]

① 개인 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다. ②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다. ③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④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다. ⑤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다. ⑥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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