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가을사랑
중랑구청 옆으로 가서 작은 어머님을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재미있게 들었다. 금년에 86세 되셨으니 꽤 연로하신 편인데 아직 정정하시고 기억력이 매우 좋으셔서 몇십년 된 일을 아주 생생하게 말씀해주셨다. 어렸을 때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작은 어머님은 경기도 양평군 봉안이 고향인데 8남매 중에서 혼자만 남으셨다. 친정 부모님은 봉안에서 잘 사셨다. 7남매가 모두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났고 혼자 부모님들과 살다가 결혼해서 포천으로 가서 생활하셨다. 결혼할 때 동두천역에서 가마를 타고 금동리로 들어가는데 산길이 너무 좁고 가파라서 가마가 몹시 흔들렸고, 급경사에 가마가 위아래로 쏠려 중간에 내려서 함께 걸어갔다고 하신다. 시아버님께서 있던 땅을 팔아 서울로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살림은 몹시 어려워졌고, 무척 고생을 했다.
작은 아버님이 만주와 평양에 가서 노동일을 하셨다. 만주에 가서 살던 중 둘째 아이를 홍역으로 잃어버렸다. 6.25 전쟁때에는 서울에서 고생을 했고, 전쟁이 끝난 후 대전으로 가서 사업을 하셨다. 대전에서 홍내과 원장과 소송을 했던 이야기(300만원을 꾸었던 일 때문에 벌어진 소송이다), 대전역 부근의 다방이야기(5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경주 김씨 여사무원의 이야기 등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들었다.
사람들이 겪은 일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 다 추억이 된다. 그러나 막상 그 시절에는 얼마나 절망스러웠고 고생을 하셨을까? 쌀이 없어 강냉이 죽만 먹고 지냈던 시절, 고무신 한 켤레는 쌀 1말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다니시던 이야기, 일제시대에 고생하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가슴이 찡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는 시간에 밖에는 겨울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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