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위기
가을사랑
50살이 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 위기의 정도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우선 심리적으로 약해진다.
그동안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했던 에너지가 떨어지고, 사회적인 지위가 불안해진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도 저하된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다.
직장에서 자신의 영향력도 떨어지고,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른다. 조직에서 밀려나고, 개인 사업을 해도 수익이 떨어진다. 정년은 가까워오고, 정년을 다 채울지도 미지수다. 신체적으로도 정력이 크게 감퇴하며, 각종 질병을 걱정해야 할 나이다.
아무리 건강에 신경을 써도 나이는 어쩌지 못한다.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느라고 뼈가 빠졌지만, 그 공로도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자식들은 항상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남들은 다 잘 살고 자식들도 다 잘되는 것 같은데 혼자서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비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잘못하면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신경이 약해져서 불면증에 걸리게 되고, 몸은 허약해진다. 늘 기분이 우울하고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제대로 승리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어 울적해진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세상에는 더 열심히 독하게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고, 행운의 여신은 항상 공평한 것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 자신보다 공부를 못해 무시했던 사람들이 사회에 나오면 더 똑똑하게 자기 앞가림을 하고 출세하며 성공한다. 더 큰 부를 누리고 더 좋은 곳으로 결혼을 해서 떵떵거리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성적의 서열이 사회에서 뒤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승복을 못하고 있으면 답답한 우등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내조차 내가 살아 숨쉬는 것을 싫어하고, 친형제들도 나를 역겨워한다. 어린 것들까지도 나를 무시하며,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나를 구박한다. 친한 친구도 모두 나를 꺼리며, 내가 사랑하던 이들도 내게서 등을 돌린다. 나는 피골이 상접하여 뼈만 앙상하게 드러나고, 잇몸으로 겨우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다”(욥기 19:17~20)
이렇게 추락하는 상황에서 자꾸 움추리고 나약한 마음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가?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지만 세상 천지에 나이 들면 특별한 것도 없어 보이고, 웬만한 일은 다 해보았기 때문에 또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도 그렇고, 술을 마셔도 그렇다. 나이트클럽에 가도 예전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사실 나이 들어 나이트클럽이나 카바레에 가서 흥을 내기도 좀 멋적은 일이다. 이럴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것이 인생의 위기인 것이다.
자칫 잘못 생각하면 자살할 생각도 하게 될 위험이 있다. “어찌하여 하나님은 고난당하는 자들을 태어나게 하셔서 빛을 보게 하시고, 이렇게 쓰디쓴 인생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생명을 주시는가? 이런 사람들은 죽기를 기다려도 죽음이 찾아와 주지 않는다”(욥기 3:20~21).
성경에서 욥이 자신의 고난을 힘들어 하면서 한 말이다. 세상에는 욥처럼 힘든 일을 당해 고통을 받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자살사이트도 많이 생겼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엄청나다.
비유를 들면 이렇다. 인생은 바다에서 출항하는 배와 같다. 인생의 초기에는 새 배에 기름을 가득 싣고 출발한다. 먼 바다를 향해, 많은 꿈을 가지고 호기심에 들떠 낭만적인 출발을 시작한다.
세상을 처음 배워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힘이 들지만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앞으로 나가 목적지에 2/3 정도 다가갔다고 하자.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
동일한 인생의 여정을 비슷하게 걸어왔기 때문에 새로운 맛은 없다. 똑 같은 파도를 거슬러 힘들게 왔을 뿐이다. 그런데 배는 이제 50년이나 사용했기 때문에 녹슬고, 엔진도 낡았다.
잦은 고장이 나고 그렇다고 새 엔진으로 대체할 방법도 없다. 한번 부착한 엔진은 끝까지 사용해야 한다. 배에는 기름도 많지 않다. 거의 다 떨어져 간다. 바다에서 멀리 나갔기 때문에 파도는 더욱 거세다. 이미 많은 배들은 더 앞으로 나갔거나 중간에 침몰한 상태다. 갈수록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뒤를 돌아보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싱싱한 몸으로 새 배를 타고 새 엔진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빠른 속도로 뒤쫓아 오고 있다. 낡은 배의 선장은 어떤 느낌일까? 극도의 외로움, 불안,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기운도 없어지고 살 날도 얼마 남지 않고, 무덤이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조롱하는 무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으니, 그들이 얼마나 심하게 나를 조롱하는지를 내가 똑똑히 볼 수 있다”(욥기 17:1~2).
그렇다고 앞날이 어떤지 전혀 예측할 수도 없다. 파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배가 갑자기 파손될 수도 있고, 그런 고생 끝에 목적지에 도달하면 그 목적지는 과연 무엇인지 알 수도 없다. 그곳에 천국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 직접 가본 일이 없는 상태에서 말만 들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믿는다고는 하지만 확신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때 선장은 정신적으로 우울증에 빠진다. 인생의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면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잠시 배를 멈추고 돌아온 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방황하며 흔들거리며 앞만 보고 왔던 길인가?
정확한 방향에서 얼마나 벗어나 떨어져 있는가? 다른 배들의 상태는 어떤가? 이렇게 자신의 위치와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그곳을 향한 나침반은 정확하며 등대의 불빛은 밤에도 잘 보이는가?
눈을 감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건강을 다시 챙겨야 한다. 지금까지 너무 무리했던 것은 아닌지, 몸은 결코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들어 나약해진 몸은 조금만 무리가 가도 탈이 난다. 그리고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도 이제는 조절해야 한다. 노인은 바다에서 새로운 인생철학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관리, 감정조절, 욕망의 억제, 건강유지를 위해 다시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는 주님께 의지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욥처럼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나 불평을 걷어 들이고, 티끌과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해야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가지 우리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보살핌이 없으면 단 하루라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인생길이 내가 잘 나서 그렇게 살아온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는 더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려야 한다. 배가 풍랑에 파손되지 않도록, 환한 등대의 불빛을 비춰주시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래야 좌절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나온 과거는 모두 잊어버리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그동안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자.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할 일을 찾으면 할 일이 있는 법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 보람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비전을 가슴에 품고 다시 넓은 바다를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