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우주의 법칙

 

 

가을사랑

 

 

사람들은 누구가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 놓고 살아간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이며 특징이다. 여기에 모든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 시작된다. 자기만의 가치와 세계가 있기에 혼자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그 안에서 그는 행복도 찾아야 하고, 불행도 겪어야 한다. 때로는 모든 행복과 불행을 주관화시켜 초월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분열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단순하게 살아갈 수 없는 존재는 결국 자기 세계의 형성과 그 세계 안에서의 균형유지, 보존이라는 특별한 사명을 띄게 되고, 거대한 세파에 흔들려야 한다.

 

이처럼 거대한 우주 가운데 개인의 작은 소우주가 존재하면서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무한한 은하계에 작은 태양이 있고, 그 주변을 행성들이 자연법칙에 따라 돌아가듯이 개인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행동반경이 제한된다. 결국 개인은 자신의 세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범위에서 모든 권한을 가진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위치에 있든지 간에 누구나 그 세계의 지배자요, 절대적인 군주의 위치에 있다. 이것을 무시하면 화를 당하게 된다. 개인이 살아가면서 눈높이를 그때그때 조절하지 않으면 개인이 살아가기가 어렵게 된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갔다. 감기가 잘 낫지 않아 다시 주사를 맞으러 갔다. 1주일 전에 시작된 감기가 꽤 오래 간다. 감기라도 걸리면 건강의 소중함으로 새삼 느끼게 된다. 콧물이 나고 열이 나면 골치도 아프고 움직이기도 힘들게 된다. 병원에는 아침부터 환자들이 많았다. 열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환절기라 그런 것 같았다. 장시간 기다렸다가 주사를 맞느니 차라리 약이나 사서 먹겠다고 마음먹었다. 약국 앞에 있는 샌드위치집에 들렀다.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 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토요일 오전의 분위기가 무척 여유있게 보였다. 나는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빠져 눈을 감고 있었다.

 

 

열도 가라앉지 않았지만 무리를 하기로 했다. 12시경에 출발했다. 산소에 가서 벌초를 했다. 낫과 가위 등을 사가지고 갔다. 풀을 베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낮이라 땀도 무척 났다.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것인지 새삼 느꼈다. 불과 몇 시간 풀을 베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니 다른 일은 오죽할까 싶었다. 허리도 아프고 낫으로 손가락도 다쳐 피가 났다. 위험한 일이었다. 힘이 들어 그냥 드러누워 잠을 잤다. 벌초회사에 전화를 하니 추석까지는 모두 일정이 잡혀 있다고 했다. 3시간 넘게 고생을 해서 일단 벌초를 마쳤다.

 

 

운악산 부근에는 포도가 유명하다. 도로에는 포도를 파는 곳이 많이 있었다. 이제 늦포도를 팔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곳 포도를 참 좋아한다. 서울로 바로 돌아오지 않고 가평쪽으로 가다가 참숯찜질방에 들렀다. 찜질방에 들어갔다가 밖에 나와 누워 있으니 정말 시원했다. 바로 옆에는 작은 내천이 있었다. 시골의 공기는 정말 다르다.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서 그런지 손님은 적었다. 한산한 것이 좋았다. 찜질을 하고 나오니 몸이 개운했다. 밤늦은 시간에 운전을 하고 돌아왔다. 월요일 저녁에는 역삼동 버드나무집에서 모임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늦게 돌아왔다.

 

 

세상 사람들은 다 제멋에 산다. 성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 악한 사람도 많고 나쁜 사람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교만하고 거칠다. 그런 사람들과 살아가려면 많이 부딪히게 되고 갈등을 겪게 된다. 사람들이 악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악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면 또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사람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지나치면 교만하게 되고, 자신감이 없으면 자괴감에 빠져 나약하게 된다. 어느 경우나 균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교만하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지나친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화를 내면 그 손해는 화를 낸 사람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이성을 잃게 되면 합리적인 판단을 그릇치고 실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수양이 덜 된 탓이다. 자신의 인격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더욱 노력을 해야 한다. 화를 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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