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궤적을 따라
가을사랑
# 일기의 의미
일주일 동안 무척 바쁘게 지냈다. 바쁘다는 것은 자신을 잊어버리고 사는 거다.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그냥 덧없이 지나간다. 일기란 그래서 소중하다. 자신의 생활을 기록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삶의 흔적들이 전혀 남지 않는다. 기억은 아무 의미도 없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
나이를 먹으면 대부분의 기억들이 희미해진다. 희미해진 기억을 되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세상의 파도(世波)는 바로 그런 것이다. 거센 파도는 일상의 일을 모두 파도 속으로 몰아넣는다. 모두 기억에서 소멸시켜 버린다. 기억에 저장시키기 위해서는 일기에 기록하는 것뿐 다른 방법이 없다.
블로그(Blog)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자신의 삶의 궤적을 항해도처럼 그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블로그에 많은 글을 써왔다. 이제는 하나의 생활습관이 되었다. 몇 년전 처음 시작할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이 인터넷에 저장되어 아무 때고 다시 찾아 읽어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대단한 혁명이었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블로그에 시도 써보았다. 소설도 써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끔 써놓은 일기다. 일기는 내 삶을 되돌아보는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 6월 27일(토) 14:00
문학세계에서 주관하는 행사장에 갔다. 성동구 왕십리역 부근에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 7월 1일(수) 12:00
낮 12시에 미8군 안에 있는 드래곤 호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L 선생을 만났다. 창밖의 파란 나무들이 무척 아름다웠다. Green 색이 주는 느낌을 새삼스럽게 실감할 수 있었다. 뷔페로 점심을 하고 생맥주를 마셨다.
# 7월 2일(목) 16:00
여의도에 있는 A 투자자문회사에서 회의를 했다. K 사장, Y 부장과 함께 참석했다. 1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 K 사장의 차를 타고 양재역까지 왔다. 양재골 식당에서 부동산회의를 했다. 17명이 참석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노래방까지 갔다. 모처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 7월 3일(금) 12:00
팔레스 호텔 중식당에서 L 의원님을 만났다. 함께 식사를 했다. 팔레스 호텔을 내부수리중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사람들을 만났다.
오후 4시경 서울을 출발했다. 차를 운전하고 중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포항에 도착하니 8시가 넘었다. 동해면에 있는 해동타운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 7월 4일(토) 06:00
오전 6시에 마산리에서 출발해 흥환리 바닷가에 갔다. 흥환리 바닷가에는 모래 대신 고운 자갈들이 널려 있었다. 색깔이 너무 아름다웠다. 돌 두 개를 주워왔다. 발산리까지 걸어갔다.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은 밖에 나와 일을 하고 있었다.
72세가 되었다는 C 노인을 만났다. 폐가 자꾸 오무러들어 숨을 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발산에는 인동 장씨들이 70% 넘게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8시가 조금 넘으니 발산에서 흥환에 있는 초등학교 분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자매인데 2학년, 3학년이라고 한다. 한참 동안 대화를 하면서 함께 걸었다. 토요일에는 격주로 등교를 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분교에는 학생이 모두 12명 선생님들은 3분이라고 한다. 한 반에 네명씩의 학생으로 반편성을 했다고 한다. 2학년과 6학년 두명씩, 이런 식이다.
아침식사는 마산리에 있는 골목횟집에서 했다. 자연산 광어회, 매운탕 이렇게 해서 3만원이라고 한다. 회는 너무 맛이 있었다. 바다에서 직접 그물로 잡은 자연산이라고 한다. 죽도시장에 다녀왔다. 죽도시장에서 소고기를 사가지고 와서 마산리 집에서 구워먹었다. 술을 마시고 바다를 바라보니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었다. 집 주변에 서있는 소나무들에서 향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