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고요함


가을사랑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는데 잠이 깼다. 어제 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였던 것 같다. 어제 저녁에는 식초를 대야에 담아 놓고 발을 담구고 있었다. 발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였다. 집밖에 나가 발을 담근 상태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날씨는 선선했지만 아주 좋았다. 달이 환하게 떠있었다. 추석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보름달이었다. 수은등에 비친 은행잎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식초냄새가 코를 찔렀다. 딱딱한 발바닥이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고요한 새벽이다. 갑자기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진한 외로움이 닥쳐오는 것 같다. 새벽이라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컴퓨터를 켜보았다. 특별히 볼 것도 없다. 그냥 멍하니 있었다. 다시 잠을 자야겠는데 잠이 쉽게 올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살아가는 공간이란 매우 좁다. 내가 속해 있는 작은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지만, 실제로 그 공간은 결코 좁은 것이 아니다.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다녀온다고 해도 비행사가 있는 공간이란 작은 우주선 안의 답답한 실내공간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의 정신이 얼마나 넓은 공간을 여행하고 있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다. 영혼의 자유! 그것이 매우 소중한 가치이다. 영혼은 그 무엇에의 속박도 받지 않는다. 영혼은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영혼은 정신을 통제하며, 정신과 육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우리의 영혼이 맑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혼은 오직 자신의 영혼에 의한 지시와 통제만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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