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Seoul Grand Park) 


가을사랑


가끔 머릿속을 비우는 일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불필요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간밤에는 눈이 제법 내렸다. 오전에도 눈이 조금씩 내렸다. 이제 거의 마지막 눈이겠거니 하니 새삼스럽게 정이 갔다. 무심한 세월을 보내며 하늘에서 흩날리는 눈을 보고 있었다. 조금씩 날리고 있는 눈은 자연스러운 예술작품이었다. 넒은 무대를 배경으로 한 공간예술이었다.  


11시에 성수대교 부근에서 출발했다. 배낭을 메고 강변을 걸었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만들어 놓은 보행자도로는 아주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한강물이 완전히 녹아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그런대로 걷기에 괜찮았다.


청담대교 부근에서 탄천을 따라 방향을 바꾸었다. 종합운동장 옆으로 해서 한참을 가면 성남과 양재천으로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 양재천길을 따라 걸었다. 영동6교에서부터 영동1교까지 다리가 6개 보였다. 성남, 양재천 분기점에서 4킬로미터 정도 가면 타워팰리스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1킬로미터 정도 더 가면 영동2교가 나오고, 이곳에서부터 5.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서울대공원이 있다.


과천경마장 앞을 지나 서울대공원까지 갔다. 그러니까 성수대교에서 16킬로미터 정도는 되는 거리다. 3시간 넘게 걸려서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까지 간 것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걸었다. 강과 하천, 실개천을 따라 걸으면 세상은 매우 다르게 보인다. 나만의 프리즘을 거쳐 들어오는 자연, 풍경, 작은 새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게 인식된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아니면 도심 속의 혼잡함 가운데 보는 사물과는 전혀 다르다. 여유를 가지고,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작은 예술이었다. 아름다운 소리였고 장엄한 오케스트라였다. 밤새 퇴고를 거친 하나의 시였다.

 

서울대공원에서는 동물원입구까지 리프트를 타고 갔다. 서울대공원에 있는 리프트는 처음 타보았다. 넓은 호수가 다 얼어 있었다. 호수 위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호수는 넓었다.


공원에 들어가 원숭이를 구경하였다. 원숭이마을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돌아올 때는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사당역까지 와서 2호선을 갈아탔다. 등산 대신 겨울길을 걸어본 것이었지만,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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