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피는 밤
가을사랑
깊은 밤의 고요함이 다가오고 있다. 밤은 역시 밤이다. 사방이 조요한 가운데 나 혼자 불을 밝혀놓고 있다. 어두움과 밝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시간은 흐르고 있다. 새벽 2시가 다 되었다. 이제 잠에 들어야 할 것 같다. 피로는 쌓였지만 아직 정신은 말똥말똥하다. 웬 일일까?
오늘 멀리 제주도를 다녀왔다. 그래서 그런 모양이다. 잠들기 전에 약간의 감상을 적어놓아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시간을 내어본다. 지난 토요일 밤부터 몸살기운이 있어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오늘 아침에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감기약을 미리 먹어서 그런 것 같았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다. 차를 운전하고 올림픽도로를 탔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10시 10분쯤 되었다. 스타박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공항이란 항상 그렇다. 멀리 가지 않아도 공항에 나와 있으면 어디론가 멀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갑자기 먼 길의 나그네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항이 좋은지 모른다. 내가 정착해 있는 곳에서 잠시 이탈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중요할 수 있다. 삶의 권태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은 내 삶의 여정을 잠시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포에서 11시 30분 출발하는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다. 50여분 날아가면 제주공항에 닿는다. 참 짧은 거리다. 얼마나 좁은 나라인지 알 수 있다. 제주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 되었다. 택시를 타고 라마다 호텔에 갔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탑동에 있는 라마다 호텔은 규모가 크고 시설이 아주 깨끗하고 좋은 곳이다. 제주에 갈 때마다 주로 이곳을 이용하는 편이다.
재판은 2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재판을 마치고 J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차름 마셨다. J 변호사는 사무실을 옮겼다. 다시 라마다 호텔로 왔다가 해안도로 있는 곳으로 가서 해녀횟집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바다가 아주 시원하고 멋이 있었다. 한동안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제주도에는 벌써 목련꽃이 환하게 피어있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유채꽃과 함께 피어있는 목련은 봄날의 화이트데이처럼 내게 가깝게 다가왔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사랑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인식시켜주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잠시 서울을 떠나 있었을 뿐인데 다시 올림픽도로를 타니 무척 새로운 느낌이 든다. 집에 11시가 넘어 들어왔다. 급하게 어느 신문사에 보내 줄 원고를 준비하느라고 지금까지 작업을 했다. 이제 겨우 마치고 잠에 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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