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인 도덕관념
가을사랑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 최근에 어떤 여자가 자전적 에세이에서 어떤 남자를 두고 평가한 말이다.
그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진상을 알고 싶지는 안다. 다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우리의 도덕관념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겉으로만 고상한 것은 아닌지?
날이 갈수록 사회의 윤리의식과 도덕관념은 해이해지고,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심화되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각 개인은 극도로 이기적이고 물질의 노예가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성적 타락의 헌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의 가치는 매우 추상적인 관념에서 강조될 뿐, 현실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박탈 당하고 있다.
돈의 막강한 위력 앞에 현실적으로는 굴복하지 않을 수 없으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는 돈에 대한 철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모순 속에 살고 있다.
10시간 넘게 비행기 안에서 돈이 없어 이코노미 좌석에 끼여 앉아 고생을 하면서 1등석에서 편하게 잠을 자고 있는 돈 있는 사람을 생각하면 현실의 벽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돈 있는 사람을 존경하거나 부러워하는 것은 치욕이거나 옳은 일이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 것이 적지 않은 사람들의 겉과 속이 아닐까?
고귀한 도덕관념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무엇이 돌아오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속박하는 도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려는 경향을 보인다.
고귀한 도덕관념이 문제되는 것은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유명해지거나 공인이 되었을 때에만 크게 문제된다. 그렇지 않고 평범하게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덕관념은 치명적인 잣대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환경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기준과 비슷하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도덕관념은 수준 이하인데 말과 행동은 상당한 수준의 도덕관념을 가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를 위선자라고 하는 것이다. 위선자는 도덕적 평가에서 볼 때 가장 저급한 수준에 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