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를 맞으며
가을사랑
어제는 아침 6시에 배드민턴장으로 나갔다. 요새 며칠간 비가 와서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했는데 어제 아침에는 날씨가 괜찮았다. 게임을 3게임이나 했다. 한 사람은 회원으로 가입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게임을 하기에 수월했다. 그래도 다른 한 사람이 워낙 잘 쳐서 복식게임은 비교적 재미있었다.
아침에 운동을 하니 땀이 났다. 옷을 갈아입으면 기분이 상쾌하다. 운동을 다 마치고 7시 반쯤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었으므로 그냥 비를 맞았다.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니 비가 와도 별 문제가 없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뒷산을 걸었다. 비를 맞는다는 것은 비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비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대개는 비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보거나 빗소리를 들을 뿐이지만, 비를 직접 몸으로 맞으면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자연이 뿌리는 물방울에는 생명이 담겨져 있다. 땅에 떨어져 나무와 풀들을 자라게 하는 빗물은 인간에게도 닿으면 생명을 불러 일으킨다.
비 때문에 도시의 소음은 많이 묻히고 있었다. 시끄러운 인간의 소리는 모두 빗속에 가라앉고 있었다. 보궐선거 때문에 한쪽은 울고, 한쪽은 웃는다든지, 대권후보들의 행보가 어떻다든지 하는 인간세계의 소음은 모두 들리지 않고, 오직 풀잎들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들렸다.
몇 개의 무덤도 보였다. 무덤도 예외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그 속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한때는 많은 꿈을 가지고, 부질없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가족을 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들이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을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떠날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봄비는 죽은 자를 위해서도 따뜻함을 보내주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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