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동영상과 연인의 복수

 

가을사랑

 

최근에 어떤 유명연예인의 음란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건의 진위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단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사연을 보면 이렇다.

 

A씨와 연인관계에 있던 남자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여자측으로부터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해 그 앙갚음으로 인터넷에 음란동영상을 올려놓았고, 그후 계속해서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과거사를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이 관계가 파탄난 다음 보여주는 전형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파멸은 이와 같이 엄청난 비극을 가져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 깨어졌을 때 그냥 모든 불행을 혼자 감수하고 넘어간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라고 받아들인다. 상대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식이다.

 

사랑이 깨어지는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① 서로가 사랑에 익숙치 않아 더 이상 사랑을 성숙시키지 못하고 마는 경우이다.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경우 대체로 별 탈 없이 사랑은 소멸하고, 두 사람 모두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남는다. ② 처음부터 한 사람은 진정한 사랑의 의사가 없이 거짓말로 사랑을 만들고 유지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애정사기에 해당한다. ③ 한 사람은 사랑하는데 다른 사람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사랑이 깨지는 경우이다. 이때가 문제다. 사랑에 계속 집착하는 사람이 어떤 행태를 보일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랑이 식은 사람과 사랑에 계속 집착하는 사람 사이에 연인의 복수가 시작될 수 있다. 연인의 복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옛날부터 치정사건은 아주 잔인하고 확신범이다. 사랑을 배신한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는 그릇된 확신을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다. 그래서 치정살인사건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수십군데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기를 면도칼로 절단하거나 음부를 연탄불로 지져서 못쓰게 만들기도 한 사건도 있었다. 황산을 얼굴에 붓기도 한다. 배신한 여자의 부모 형제를 모두 살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극악무도한 살인을 하지 않더라도 현대판 살인행위인 인터넷음란동영상유포행위가 있다. 연인관계로 지낼 때 아무 생각 없이 사랑하기 때문에 촬영에 응하고 젊었을 때 아름다운 몸매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찍어놓아 늙었을 때 소중한 추억거리로 간직하려는 소박하고 낭만적인 생각에서 함께 만들어 놓은 성관계장면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이다.

 

에전에는 나체사진을 가지고 협박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가공할만한 핵무기가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에 음란동영상을 올려놓으면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퍼져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인터넷에 의해 명예가 훼손되어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한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터넷에 의해 간접살인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배신당한 사람들은 때로 배신자를 응징하는 방법으로 더 이상 출세를 못하게 하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언론에 그 사람의 비위나 부도덕성을 알리기도 한다.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의 결혼식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도 하고, 직장을 찾아가 계속해서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경우도 있다.

 

배신한 여자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여자의 남편에게 여자의 과거를 알리기도 한다.

 

사실 사랑을 잃었다고 해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집착을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불법이고 위법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성을 잃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비극을 자초할 것을 알면서도 연인에 대한 복수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때로는 종교적인 열정 이상의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랑하기 전에 이런 남자와 여자 사이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랑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면서 무조건 본능적인 감정에 이끌려 사랑을 시작하고 정이 들고, 시간을 보냈다가는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엄청난 불행을 맞을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함부로 사랑하지 마라’ (이 말은 내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가야미디어에서 출판되었다.)

 

함부로 사랑했다가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 함부로 사랑했다가 두고 두고 고통을 받는 사람들, 함부로 사랑했다가 모든 재산과 명예를 잃는 사람들, 이들 모두가 사랑을 잘 모르고, 사랑이라는 신기루에 가까이 갔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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