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 인터뷰]사기예방프로젝트 펼치는 김주덕 변호사 |
"쉽게 읽을 수 있는 법률상식 서적 집필 계속할 터 정부와 법원, 법률계몽 추진해야" ‘병수(47세, 가명)는 울먹이고 있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다. 2년 전 광식(45세, 가명)을 우연히 만났다. 광식은 병수를 친형님처럼 따랐다. … 광식을 믿고 병수는 3억 원을 빌려주었다. 광식은 병수의 돈을 가져다가 부동산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광식은 병수에게 3억 원에 대한 이자조로 매달 100만원을 주기로 했다. … 자세하게 알아보니 그 땅도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채무이행을 하지 않아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김주덕 변호사가 운영하는 ‘가을사랑’ 블로그에 실린 ‘이용하는 사람 vs 이용당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게시글 중 일부다. 김 변호사는 “한 해 검찰에 접수되는 사기사건은 25만 건이 넘는다”며 “갈수록 사기사건이 규모도 커지도 무차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로 막대한 돈을 잃은 피해자들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각종 사기에 노출된 사회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전임으로 있던 경희대 법대 교수직을 퇴직하고 지난 해 말 사랑과 관련된 사기사건을 분석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설명한 책 <함부로 사랑하지 마라>를 펴낸 서울지검 부장검사 출신 법무법인 태일의 김주덕 변호사를 만나봤다. 사기, 예방이 첫 번째…쉽게 찾아 읽는 실용서로 도움 주고자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사기사건수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계사기, 보험사기, 다단계 사기 등 민사형 사기사건이 많이 발생한다”며 “인간관계에서부터 사기를 안 당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저서 <이렇게 하면 빨리 석방된다>, <억울한 뇌물혐의 이렇게 벗어라>, <사기공화국에서 살아남기>, <함부로 사랑하지 마라>에는 16년의 검사생활과 11년째 변호사 업무를 해 통해 얻은 경험이 녹아있다.
김 변호사는 검사생활을 마치고 변호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수사 받는 과정에서 법 지식이 부족한 일반 사람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억울한 처우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여전히 법을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누군가는 그들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한다는 생각으로 집필하게 됐다”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알기 쉽게 풀어쓰려고 했다”고 했다. 위에서 인용한 글을 통해 알 수 있듯 김 변호사의 글은 이야기로 풀어가는 방식이라 법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는 “손에 쥐어주는 법률상식 서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법률 용어가 등장하면 금세 흥미를 잃기 때문에 소환장을 받았을 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응 방안을 쉽게 접근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운영중인 블로그 <가을사랑>은 95년 검사시절 출간한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형법, 정치인범죄, 사기방지법, 조세형법에서부터 수필과 시(詩)까지 2600여개의 글이 담겨져 있는 블로그는 보물창고와 다름없다. 수시로 올려놓은 글이 저서의 근간이 되는 것은 물론 독자들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형사사건에서 수사 받는 법, 재판받는 법 등을 알기 쉽게 생활법률서적 형태로 정리해 놓은 책, 사기 유형을 정리해서 예방할 수 있게 하는 책, 연령대 별로 조심해야 할 사기사건을 정리해 놓은 책 등을 쓰고 싶다”며 집필 계획을 귀띔했다. 검사에서 변호사로 변모 이유는, 도전정신과 학구열
김 변호사가 국제환경법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대검찰청 재직 시절이었다. 바쁜 검사생활 중 학위를 받은 비결에 대해 “어떤 환경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갖고 노력하기 나름이다”라고 말해 기자의 질문을 무색케 했다.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박사학위 받고 나니 학구열이 더 높아지더라”며 “변호사가 되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개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석·박사 학위를 받던 당시의 풍토는 요즘과 달리 ‘공부하는 검사들’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김 변호사를 포함해 검사 시절 학문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한 검사들은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변호사는 검사 후배들에게도 “국제화 시대에 학문적 연구 성과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은 금융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마약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은 그에 따른 분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흐름에 따라갈 수 있다”며 “업무가 바쁘더라도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실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상승작용을 하는 것은 물론 충실한 법조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그는 “법의 특성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법조인이라는 직업은 시험 후 자격을 획득해 실제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올해 초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국민 위해 법률계몽 적극 펼쳐야
김 변호사는 법 지식이 없는 국민들이 소송할 일이 생겼을 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와 법원 차원의 법률계몽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건별 고소장 샘플을 100여 가지 이상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 국민의 편익을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센터에서 민원을 신청할 때 서식을 참고해서 작성하듯 다양한 샘플 고소장을 제공해 견본에 자신의 이름만 바꿔 써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용 부담으로 소송을 포기하는 서민들에게 유용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서비스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펼쳐지면 셀프소송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알아두면 좋은 법률 정보는 물론 예문, 절차 등을 담은 홍보자료를 제작해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며 “시민의 입장에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대 수준에 응하는 법조인 돼야
김 변호사는 “최근 개업 변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시대적 자연스러운 흐름이다”며 “공급초과인 시장이다 보니 앞으로 능력 있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간의 차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며 “그러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실력을 쌓아 나가는 방법이 우선일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변호사는 법을 통해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직업인만큼 윤리의식을 전제하고 임해야 한다”며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검찰 후배에게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외압에 흔들려서는 안되며 최후의 수사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범죄를 처벌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가져야 사회정의가 바로 설 것이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들이 검찰에 기대하는 수준이 매우 높은 만큼 법집행의 책임자로서 역할을 잊지 말라”고 했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검찰이 수사를 하는 사건에 대해 ‘신뢰할 만하다’는 평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출신 변호사인 만큼 검사, 변호사 후배에게 각각 당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법조인으로 개인의 출세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라며 거듭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행하는 법조인이 되라”고 당부했다.
내실 다져 도전 멈추지 않을 것
법무법인 태일은 2000년 설립 당시 변호사 5명으로 출발, 현재 15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볼 때 숫자만 늘리기 보다는 내실을 기해서 역량 키우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고 포부를 밝히며 “변호사 업무도 충실히 하고 개인적 연구는 물론 저서 집필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복지사업을 꿈꾸고 있다”고 장기 계획도 덧붙였다.허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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