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사기의 법적 문제
가을사랑
결혼은 순수해야 하는데 세상이 혼탁해져 날이 갈수록 순수성을 상실하고 있다. 배우자를 고를 때 일단 돈과 능력을 본다. 혼수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며, 능력 없는 사실이 드러나면 이혼한다.
처음부터 속임수로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결혼사기, 사기결혼이다. 결혼사기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배우자로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상대방을 유혹한 다음 돈을 뜯어낸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괜찮은 사람이 의사나 검사, 재벌 2세라고 할 때, “아!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니까 조심하자.”라고 할 사람이 있겠는가? 사람들은 복이 있어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결혼을 꿈꾸게 된다. 여기에 결혼사기의 함정이 있다.
사기를 당한 사람을 바보라고 한다. 어리석다고 한다. 결혼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단순한 바보가 아니라 인생을 망치게 된다. 악마의 덫에 걸려 평생을 신음하면서 살게 된다. 거기에서 겨우 빠져나와도 이혼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된다.
최근에 30대 초반의 남자가 검사를 사칭하면서 사기결혼도 하고 많은 여자들을 농락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 남자는 자신과 똑 같은 이름으로 어떤 사람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로 발령을 받자 그 검사 행세를 했다. 사기 당한 여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검사라고 어려워하고, 예우를 갖춰주고, 몸을 주면서 돈까지 갖다 바쳤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결혼사기범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접근해서 거짓말로 환심을 산다. 학력도 속이고, 돈을 많이 버는 사업가라고 속인다. 결혼하면 아파트도 사주고 생활비도 충분히 주며 평생 호강을 시켜줄 것이라고 떠벌린다. 이 말에 속은 여자는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까지 한다. 결혼하면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여자는 왜 속이고 결혼했느냐고 따지고, 남자는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열심히 살자고 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하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 무슨 죄가 되냐는 식이다. 여자는 이혼을 요구하며 위자료를 내라고 한다. 속은 것이 억울하기 때문이다. 한 집에 살면서 부부싸움이 오래 계속되다 보면 더 큰 불행을 가져온다. 남자는 여자에게 폭행을 가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하게 된다. 결국 여자는 속아 결혼하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법조 집안 출신에 명문대 졸업생이라고 속여 결혼한 뒤 거짓말이 탄로 나자 부부 싸움 끝에 부인을 살해하고 암매장했던 40대 남자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결혼정보업체에 1,000만 원을 지급하고 19세의 베트남 여인과 결혼한 후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결혼생활이 여의치 않아서 신부가 베트남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사기결혼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신부를 살해한 남편에 대하여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도 있었다(대전고법 2008.1.23. 선고 2007노425 판결).
고위 공직을 지낸 어떤 남자는 여자 의사에게 접근해서 의료사고를 해결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고 나중에 결혼까지 했다가 여자의 고소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특이한 결혼사기사건이 발생해 관심을 끌었다. 34세의 여자가 몇 년 동안 6명의 남자와 애정관계를 가지고 많은 돈을 받았는데, 그 여섯명의 남자들이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사건이다. 죽은 남자 모두 그녀가 죽였다는 물적 증거는 없지만, 모두 그녀에게 거액의 돈을 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녀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남자들을 유혹했다. 그녀는 "속는 사람이 나쁘다" "나는 돈을 받은 만큼 서비스를 했다" “돈 때문에 곤란한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받은 돈은 모두 돌려줬다"는 등의 말을 하며 범행을 부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고 있어 더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결혼사기의 본질은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거짓말로 꾸며 자신을 높이고, 미화시키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이는데 있다. 그것도 오직 이성(異性)만을 대상으로 한다. 단순히 일회성 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실제 결혼을 함으로써 평생을 괴롭히는 것이다.
결혼사기는 어떤 죄에 해당하는 것일까? 결혼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즉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기죄는 재산범죄이며 돈이나 금품을 편취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검사라고 속여 결혼을 했다고 해도 그 자체는 아무 죄도 되지 않는다. 키를 속이거나 집안에 돈이 없는 사실을 숨기거나 결혼하면 친정에서 아파트를 사주고 생활비를 대주기로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 전 성관계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결혼해도 마찬가지로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혼인빙자간음죄는 더 이상 처벌대상이 아니다. 결혼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자고 꼬여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간음한 경우 처벌되던 혼인빙자간음죄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았다. 결혼사기와 관련하여 조건이 좋은 것처럼 속여 결혼하자고 하면서 돈을 뜯어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많은 경우 결혼할 의사 없이 돈이 많거나 사회적 신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여자로부터 돈을 받아쓰면 사기죄가 되는 것이다.
결혼사기를 당한 경우 혼인취소를 할 수도 있다.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사기를 안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사기란 혼인의사를 결정시킬 목적으로 혼인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함으로써 이들을 착오에 빠뜨려 혼인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의 혼인사실과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나 혼인 전에 포태하였는데 그 태아가 혼인한 남자 이외의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포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침묵한 경우 등이다. 혼인취소의 효력은 취소판결의 확정에 의해 발생하며, 혼인취소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과분한 사회적 지위와 능력, 외모를 갖춘 사람이 갑자기 결혼하자고 달려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확실하게 상대방을 파악하고 가까워지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고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결혼사기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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