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이 되었는데 의사 과실이 부정된 경우

 

가을사랑

 

<문제의 제기>

 

내과의사가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와 환자에 대한 진료 경과 등을 신뢰하여 뇌혈관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환자의 뇌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하여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경우, 내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이 인정될 수 있을까?

 

<의료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 조건>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공소사실의 요지>

 

A는 내과 전문의, B는 내과 레지던트이다. A와 B는 공소외 C와 상호 공모하여 다음과 같은 범죄에 이르렀다.

 

1992. 8. 1.경 종합병원에서, 피해자(43세)가 격심한 두통과 분출성 구토 등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격심한 두통과 분출성 구토 증세를 보였고, 외래진료를 받고, 고혈압이라는 진단하에 혈압강하제를 복용하였다.

 

두통과 구토에 관한 전문적인 진찰과 치료를 받기 위하여 입원을 하게 되었다.

 

주치의인 B, 담당과장인 A로서는 피해자에 대한 자세한 병력과 증세, 건강상태 등에 관하여 정확히 문진하여 위와 같은 증상을 파악함과 동시에, 초진시 피해자의 측정혈압 수치가 130-110mmHg으로 최저혈압이 정상인보다 많이 높았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단순 고혈압이 아닌 뇌압 상승에 의한 2차성 고혈압, 즉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 등 병인성 고혈압일 가능성이 충분하였다.

 

그러므로 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뇌전산화단층촬영, 척수액검사 등의 정밀검사조치를 취하여, 피해자의 두뇌에 있는 뇌동맥류 파열 여부를 조기발견하고, 뇌동맥류 제거수술을 함으로써 뇌동맥류의 대파열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공소외 C에게 신경과 협의진료를 보내어 회신받은 내용인 "뇌신경에 이상이 없다."는 취지의 C의 소견을 경솔히 오신한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병세를 제대로 관찰 내지 진단을 하지 아니하고, 혈압강하제만 계속 투여하면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병세 및 입원동기와는 무관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 간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등 오진을 하였다.

 

그 결과 입원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하고, C와 B는 병원 신경과에서 B와 A의 협의진료 요청을 받았으면, 피해자의 두통과 구토증세에 관한 정확한 병력, 두통의 초발시기, 두통의 부위와 강도 및 지속성 여부, 분사성 구토의 동반 여부 등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문진과 아울러 안구운동 및 안저검사, 대광반사, 구역반사 등을 포함한 뇌신경검사, 경부항직검사 등을 실시하여, 두통과 분사성 구토로 인하여 입원한 피해자의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여 진단하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문답과 무릎을 두드려 보는 타전검사만을 한 채, 위와 같은 기본적인 필수 검사조차 실시하지도 아니함으로써, 위 증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정상인과 다름없다는 취지인 "이상소견 없다."고 오진을 하는 등 A와 B, C의 순차적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혈압강하제만 투여하였을 뿐,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한 근본적 치료를 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뇌동맥류 소파열에 의한 1차 지주막하출혈을 야기시키고, 뇌동맥류 대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인하여 의식불명상태인 이른바 식물인간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상해를 입게 하였다.

 

<대법원 판결 요지>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은 뇌전산화단층촬영을 하더라도 발견할 가능성이 낮고, 뇌출혈 분야를 전문하는 의사가 아니라면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을 진단하기 어려운 사실,

 

입원하기 전 피해자에게 나타난 지주막하출혈은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로서 피해자의 입원 기간 중 또는 피고인 1의 외래진료 기간 중 뇌전산화단층촬영을 하거나 뇌척수액 검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발견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위와 같은 피해자에 대한 진료의 경과, 내과의사로서는 경미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소량의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특히 피고인들이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 피해자의 증세와 관련하여 신경과 영역에서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그 회신 전후의 진료 경과에 비추어 그 회신 내용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자 그 회신을 신뢰하여 뇌혈관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피해자의 증세가 호전되기에 이르자 퇴원하도록 조치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내과의사들이 피해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하여 업무상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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