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감리를 잘못했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가?
Ⅰ. 건축사가 책임을 지는 경우
① A 건축사는 설계를 맡았는데, 일조권계산을 잘못해서 시공하도록 한 결과 건축주는 인근 주민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이런 경우 건축사는 건축주에게 위 1억원을 물어주어야 하는가? ② B 건축사는 건축주와 협의된 내용을 위반하여 설계도서를 작성하였고, 뿐만 아니라 당초 약속한 설계기한을 위반하여 3개월을 지체하여 설계도서를 완성하였다. 건축주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설계된 사실과 기한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설계비를 주지 않고 오히려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고 있다. 이런 경우 건축사는 어떤 책임을 지는가? ③ C 건축사는 건축물에 대한 구조계산을 잘못하여 시공과정에서 벽에 금이 가고, 바닥에 균열이 생기는 하자가 발생하였다. 물론 구조계산은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었던 것이지만, 건축주는 건축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건축사는 어떤 책임을 지고, 구조계산을 잘못한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
지금 예를 든 세 가지 사항은 현실적으로 가끔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런 경우 건축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건축사는 단순한 사업자가 아니다. 전문자격증을 가지고 의뢰인을 위하여 설계와 감리라는 고도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과거에는 전문가에 대하여 일반인이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 숫자가 많아지고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가 위임받은 업무를 고의 또는 과실로 잘못하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향이 많아졌다.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이 잘못된 경우 환자는 당연히 의사를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형사고소도 하고,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변호사가 항소기간을 넘겨 항소를 하지 못하게 된 경우 당사자는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게 된다. 공무원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일반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바로 이런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도 설계나 감리를 잘못해서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하였을 경우, 건축주가 의뢰한 내용대로 설계를 하지 아니한 경우, 계약서에 약정된 기한을 넘겼을 경우 의뢰인은 건축사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Ⅱ. 설계감리계약의 법적 성질
건축사와 의뢰인 사이에는 설계감리의 범위 및 그에 대한 보수 등을 기재한 설계감리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러한 계약이 성립하고, 그 계약이 유효한 경우에만 당사자는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이 서면으로 작성된 설계감리계약의 내용에 어떠한 의무가 규정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계약이라 함은 사법상의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당사자의 합의를 말한다. 계약에는 채권계약, 물권계약, 친족법상의 계약 등이 있다. 계약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를 구속하는 법률상 힘이 있다. 이러한 계약의 구속력은 바로 당사자 사이에 채권채무관계를 발생시키는 근원적인 원천이된다.
설계감리계약을 체결하면, 건축사는 계약 내용에 따라 건축주가 요구하는 대로 건축물에 대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제대로 시공하는지 감리를 하며, 건축물이 완성되면 사용승인까지 받아 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해서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설계계약을 도급계약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준위임계약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구체적인 계약의 내용을 보고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도급계약은 위임계약과는 성질을 달리 한다. 도급계약이란 무엇인가? 민법 제664조는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계약에서 도급인은 건축주를 말하고, 수급인은 건축사를 말한다. 건축사는 건축물에 대한 설계와 감리라는 일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도급계약에서는 일의 완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건축사는 설계도서의 완성, 감리를 통해 사용승인을 제대로 받게 해주는 일의 완성을 해야 한다. 일을 완성하지 못하면 계약불이행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실력도 없고, 자신도 없는 건축사가 대형건축물을 설계한다고 해놓고 객관적으로 형편 없는 설계도서를 만들어 주면, 그것은 일을 완성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당연히 계약위반이고, 게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건축사가 체결하는 설계계약은 대체로 설계도서의 완성이라는 수급인의 의무를 전제로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위임계약 보다는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감리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도급계약으로 보는 견해와 위임계약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대법원은 감리계약은 감리의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직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준위임계약설에 가까운 입장으로 보여진다.
이에 반해 변호사가 의뢰인과 체결하는 계약서는 위임계약에 해당한다.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80조). 수임인은 위임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진다. 위임사무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행위로서, 법률행위, 사실행위의 사무를 포함한다.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즉, 도급과 달리 위임에 있어서는 일의 완성이 아니라, 그냥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면 된다.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대충하거나 불성실하게 해서는 안 되고,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 하면 책임을지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반드시 일을 완성한 것도 아니고, 위임인의 목적이나 의도에 부합하는 성과가 나지 않아도 일을 맡은 수임인은 자신이 할 도리만 다했으면 법적 책임은 없다.
이런 이유에서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거나 변론을 한 결과 소송에서 패소해도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사망해도 의사에게는 책임이 없다. 의사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의학적 시술방법에 따라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하였다면 민형사상의 책임을지지 않는 것이다. 다만, 변호사가 승소를 조건으로 하거나, 의사가 완치를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이는 일의 완성을 조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위임계약이 아니라 도급계약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Ⅲ. 설계도서 완성 및 교부의무
도급계약에 있어서 수급인은 약정한 기한 내에 계약의 내용에 쫓아 일을 완성할 의무를 진다. 건축사는 설계감리계약에 따라 수급인의 입장에서 일의 완성과 목적물인도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건축사는 도급에서 완성된 일의 결과인 설계도서를 건축주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목적물의 인도는 완성된 목적물에 대한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급인은 수급인이 완성한 일에 하자가 있는지를 불문하고 보수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도급계약에서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다. 그리고 목적물의 인도와 보수의 지급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건축사가 작성한 설계도서는 그 작성과정에서 충분히 건축주와 협의하여 건축주가 원하는 내용대로 설계를 하여야 하고, 건축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여 법령의 규정에 적합한 내용으로 설계를 하여야 한다. 만일 건축주가 설계도서에 이의를 제기하면, 건축사는 그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며, 가급적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여 설계를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계도서가 제대로 작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었다는 사실은 건축주가 아니라, 건축사가 그러한 사실을 주장하고, 그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여야 한다. 즉, 민사소송법상 설계도서의 완성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건축사에게 주장과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다.
Ⅳ. 건축사의 계약불이행책임
계약을 체결한 이상 건축사가 계약의 내용대로 설계나 감리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계약불이행책임을 지게 된다. 계약불이행책임의 내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설계감리를 당초 약정한 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① 기한 내에 설계도서를 완성하지 않는 경우, ② 건축주가 의뢰한 내용대로 설계를 하지 않은 경우, ③ 설계를 잘못하여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④ 감리를 부실하게 하여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계약이나 법률의 규정에 따라 건축사는 그에 상응하는 민사책임, 형사책임, 행정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계약불이행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건축주가 건축사의 계약불이행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
도급계약에서는 일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것이 하자를 이루며, 그에 대한 책임으로서, 하자보수청구, 손해배상, 계약해제 등이 인정된다.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정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하자가 중요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당해 공사의 품질검사, 안전검사를 실시하여 만일 부적합한 공사가 시행되고 있는 경우라면 당해 공사에 대한 시정, 재시공, 중지 요청까지도 하여야 하는 등 공사의 진행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도 있다.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 예정된 공기를 준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사무도 담당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사의 진척이 부진하거나 공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에 병행하여 아무런 감리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나아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함부로 감리원을 공사현장에서 철수시켜서는 아니 되는 것을 그 기본적 사무의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감리 대상이 된 공사의 진행 정도와 수행할 감리업무의 내용이 반드시 비례하여 일치할 수 없는 것은 그 업무의 속성상 당연하다.
주택 등 건설공사감리계약의 성격은 그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감리계약이 도중에 종료된 경우 그 사무에 대한 보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686조 제2항 단서, 제3항의 규정에 따라 기간으로 보수가 정해진 경우에는 감리업무가 실제 수행되어 온 시점에 이르기까지 그 이행기가 도래한 부분에 해당하는 약정 보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후불의 일시불 보수약정을 하였거나 또는 기간보수를 정한 경우에도 아직 이행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하여는 감리인에게 귀책사유 없이 감리가 종료한 경우에 한하여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Ⅴ. 설계감리계약의 해제
계약의 해제라 함은, 계약의 당사자 일방에게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 그 상대방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을 해소하여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민법상 해제는 일시적 계약에 대해 인정되고, 해지는 계속적 계약에 대해 인정되는 점에서 구별된다. 매매계약의 경우에는 해제가 인정되고, 임대차나 고용계약에 있어서는 해지가 인정된다.
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계약은 소급하여 실효되며, 따라서 이미 이행된 급부에 대해서는 이를 원상으로 회복할 의무가 생긴다. 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는 이미 정당하게 급부가 행하여진 과거의 것에 대해서는 효력이 그대로 인정되고, 장래에 대해서만 계약이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건축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은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은 소급하여 실효가 된다. 따라서 이미 이행된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한 것이 되어 부당이득으로서 반환되어야 한다. 계약을 해제당한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기초한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
Ⅵ. 건축사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건축주는 건축사에 대하여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건축사의 책임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물 공사를 완성하였는데, 나중에 하자가 발생한 것이 시공자의 잘못이 아니고, 설계상의 하자로 인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을 경우이다. 또는 건축주가 설계를 의뢰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해 달라고 요구하였는데, 이를 위반하여 설계를 한 경우이다.
약정 기한을 초과하여 설계작업을 완성하지 못함으로써 건축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을 때이다. 설계상의 하자로 인하여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건축사는 당연히 건축주에게 계약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공회사와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건축사의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1년의 존속기간을 가진다. 이는 민법 제670조에 규정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의 존속기간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설계감리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일반 채무불이행책임에 따라 민법상 10년, 상법상 5년의 기간 동안 책임을 지게 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기초로 위에서 예를 든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① A 건축사는 일조권계산을 잘못해서 건축주가 제3자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하였으므로, 건축주에게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 ② B 건축사는 계약위반을 하였으므로, 계약을 해제 당하고,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체손해금도 배상하여야 한다. ③ C 건축사는 구조계산을 한 사람과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C 건축사는 구조계산의 용역을 담당한 사람에게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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