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저작권도 확실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가을사랑

 

Ⅰ. 음악저작권 등은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데...

 

1964년 이미자가 부른 트로트곡 ‘동백아가씨’는 백영호가 작곡했다. 이 노래의 곡이나 가사를 표절하면 저작권침해가 된다. 동백아가씨의 가수, 작곡가, 작사가는 이 노래에 대한 음악저작권을 가지며, 그에 대해 저작료를 받는다. 다른 사람이 무단사용하면 형사고소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가끔 고위공직자들의 청문회 때 거론되는 것이 학위논문표절시비다. 다른 사람의 어문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는 것들이 음악저작권, 어문저작권이다.

198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외국의 상표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컴퓨터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지식재산권보호문제가 대두되었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식재산권침해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았다. 정부에서도 지식재산권침해근절을 위해 많은 단속과 홍보를 해왔다. 그 결과 현재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널리 보편화되었고, 타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도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상표권, 컴퓨터프로그램, 사진저작권 등에 대해서는 권리자를 대신하여 침해행위를 적발하고 민형사소송을 대행해주는 사람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지식재산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권리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독 건축저작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의 인식도 부족하다. 권리자인 건축사 역시 명확한 개념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건축저작물에 대해서는 제대로 권리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종종 복잡한 법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건축저작권과 관련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① A 건축사는 미국 시카고에 가서 저명한 미국 건축사가 설계한 빌딩애 대해 수백장의 사진을 찍어 그대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건축하게 하였다. A 건축사는 건축저작권을 침해한 것인가? ② B 건축사는 다른 건축사가 작성한 설계도서를 참고로 마무리 설계를 해 빌라단지를 건축하게 하였다. B 건축사는 법적 책임을 지는가? ③ C 건축사는 다른 건축사가 개발하여 사용한 기술내용을 그대로 사용하여 설계도서를 작성하였다. C 건축사는 건축저작권을 침해한 것인가?

 

Ⅱ. 왜 건축저작권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할까?

 

외국에서는 일찍이 건축저작물에 대한 권리보호가 이루어졌다. 베른협약(Berne Convention)은 1908년 건축저작물을 실질적인 저작권 대상으로 하였고, 가입국가에 대해 건축저작권보호의무를 규정하였다. 벌써 100년이 지난 때에 다른 나라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저작권을 법제화하고 강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건축저작권에 대한 별도규정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권리보호에 나섰다. 매우 때늦은 감은 있지만 법 자체는 잘 정비해 놓았다.

그러나 건축물에 대한 저작권 분야를 보면 권리에 대한 인식과 보호, 침해구제 등이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저작권법의 용어가 지나치게 어렵고, 일반인으로서는 건축저작권이 언제 어떤 내용으로 인정되고 보호되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축물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를 모방하여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다른 건축물이 건축되는 경우 침해자는 타인의 건축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저작권자 역시 자신의 권리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건축물저작권은 부동산이라는 특성상 그 침해사례가 상대적으로 적고 실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은 편이어서 대법원의 판례도 적은 편이다.

 

Ⅲ. 건축저작권의 개념과 범위는 어떠한가?

 

저작권이라 함은, 소설이나 시, 음악, 미술, 건축물 등을 창작한 사람이 자신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이 복제, 공연, 전시, 방송 또는 전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을 승락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저작물은 ①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고, ② 창작성이 있으며, ③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저작물로 인정된다.

건축저작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저작물성을 가지는 건축물에 의해 표현된 심미적 외관이 모방건축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건축저작물(architectural works)이라 함은, 문학ㆍ학술 및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건축물 등으로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건축물은 그리스 시대로부터 대표적인 조형예술작품의 하나로 자리잡아 왔다. 건축물에는 조형미술로서의 성격과 함께 주거생활을 위한 기능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미술적 저작행위와 기술적 행위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저작권법 제2조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4조 제1항 제4호는 회화·서예·조각·판화·공예·응용미술저작물 그 밖의 미술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제5호는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예시하고 있다. 제8호는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건축저작물에는 건축물과 설계도면 및 모형 등이 포함된다. 건축저작물은 3차원적인 건축물 자체의 건축을 위한 모형 및 2차원적인 설계도서를 포함한다. 건축물은 부동산이며, 건축은 건축물을 토지 위에 완성해서 보관 사용하는 것이므로, 건축물의 완성은 곧 작품의 전시에 해당한다. 건축저작권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건축물은 반드시 예술성이 높은 왕궁이나 종교적 건물, 박물관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건축물 전체뿐만 아니라 개별 부분들 또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베란다ㆍ계단실ㆍ전등ㆍ정자지붕 등이 그것이다. 건축물 전체 전체시장광장ㆍ주택현관의 일직선 형상과 원칙적으로 도시계획상의 작업에 따라 진행된 개별 건축저작물도 보호받을 수 있다. 건축물 전체ㆍ도시계획 또는 그와 유사한 것도 창작성을 가졌다면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

설계도서라 함은 단순한 도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설계도면, 구조계산서, 시방서, 기계설비 등 설비도면, 수량산출서 등 설계와 관련되는 모든 서류를 포함한다. 분야별로는 건축ㆍ토목ㆍ상하수도ㆍ구조ㆍ기계설비ㆍ전기설비ㆍ조경ㆍ통신ㆍ제어설비 등으로 구별된다.

설계도서는 작성되는 단계별로 기본설계도, 실시설계도, 시공도 등으로 구별된다. 건축물의 개략 배치도, 대지종횡단면도나 개략 평면도, 개략 단면도도 건축저작물에 해당될 수 있다. 대지나 주변현황 분석, 사용자에 대한 조사, 기존 시설물 분석도 저작물에 해당될 수 있다. 설계지침서도 어문저작물 또는 도형저작물에 해당될 수 있다.

설계자가 착상의 단계에서 작성하는 스케치인 에스키스, 설계도서, 시공도, 완성된 건축물, 준공사진 등과 건축물의 내외부를 촬영한 사진, 각 과정에서 작성되는 기타의 문서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다.

 

Ⅳ. 그러나 창작성이 없으면 보호받지 못한다

 

건축물과 설계도면 및 모형 모두가 건축저작물로서 저작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물의 주거성ㆍ실용성ㆍ기술성 등 기능적 측면이나 개개의 구성요소를 떠난 전체적인 외관 등에서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창작성을 요구하면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100% 완전한 독창성을 가진 작품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창작성의 의미는 단지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으면 인정되어야 한다. 저작물에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창작성이 인정된다.

대법원은 음악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으로,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리듬, 화성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13다14828 판결 참조).

건축물에 대하여 특별히 건축저작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건축물에 의해 표현된 미적 형상을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다른 사람들이 모방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데 있다. 창작성 없는 표현의 경우에는 창작성이 인정될 수 없다. ‘표현의 창작’이라는 것은 표현을 어떤 사람이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표현되어 있는 아이디어와 동일한 아이디어를 다른 표현으로 시도하여도 결국 그 표현과 동일 또는 유사한 표현으로 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에는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 ‘창작성 없는 표현’이다.

저작권의 보호범위에 관하여 아이디어ㆍ표현 이분법 이론이 있다.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에 있다.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가 아무리 독창성(originality)이나 신규성(novelty)이 있다 하더라도 저작물의 성립요건이 될 수 없다. 사상 또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된 창작적 표현만이 보호된다.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범위에 포섭되지 아니하고, 그 표현이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될 수 있다.

 

Ⅴ. 건축저작권에는 어떤 권리가 인정되는가?

 

건축저작물은 건축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 건축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은 창작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① 저작인격권(moral rights)과 ② 저작재산권(economic rights)을 취득한다. 건축저작물은 2차적 저작물로 생겨날 수 있다. 공동저작물 또는 업무상저작물로도 생겨난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 원저작물에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한 저작물이 2차적저작물이다. 공동저작물이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가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저작물을 말한다, 업무상저작물이란 피사용자가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을 말한다. 법인ㆍ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한다.

건축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다. 건축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다. 저작자의 일신에 전속하며, 양도나 상속이 불가능하다. 저작자의 사망과 동시에 소멸한다. 귀속상의 일신전속성이라고 한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본인만이 행사활 수 있는데,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이라고 한다.

건축저작인격권은 ① 공표권(right of disclosure), ② 성명표시권(right of respect for author's name), ③ 동일성유지권(right of integrity)으로 나누어진다. 건축저작재산권은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권리다. 건축저작재산권은 양도나 상속이 가능하며, 이용ㆍ수익할 수 있다. 건축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작성권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건축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물에 대한 어떠한 변형이나 훼손, 수정 등 저작자와 저작물에 대한 명예훼손을 금지시킬 수 있는 권리이므로 건축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시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건축저작재산권은 저작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한다.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공표한 때부터 70년간 존속한다.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을 계산하는 경우에는 저작자가 사망하거나 저작물을 창작 또는 공표한 다음 해부터 기산한다. 외국인의 저작물은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된다. 그 외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저작물을 보호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게 조약 및 이 법에 따른 보호를 제한할 수 있다. 그 외국에서 보호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기간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Ⅵ. 건축저작권의 침해와 구제방법

 

건축저작권의 침해라 함은, 건축물저작권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건축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저작재산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해당 저작물에 대하여 유효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을 것, ② 침해저작물이 피침해저작물에 의거하였을 것, ③ 침해자의 저작물과 피침해자의 저작물이 동일성 내지는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창작에 의하여 건축저작권이라는 권리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건축저작물 역시 다른 일반적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문학적, 에술적, 학문적 창작성을 갖추어야 한다. 처음 생산된 건축저작물과 나중에 생산된 건축저작물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건축저작권의 침해행위로 판단된다.

건축물의 평면에 대한 설계도면이 평면에 법규상 정해진 축척과 특정 문자와 기호 등을 사용하여 설계자의 사상과 감정을 도면 상에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저작권법에서는 뒤에 창작된 설계도면이 앞서 창작된 다른 사람의 설계도와 같거나 유사하더라도 기존에 앞서 창작된 설계도면을 보거나 접한 적이 없었다면 그 설계도서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건축저작권에 대한 권리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에 무거운 처벌조항이 있다. 건축저작권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을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는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다. 그리고 건축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과 그 복제물의 제작에 주로 사용된 도구나 재료 중 그 침해자, 인쇄자, 배포자, 또는 공연자의 소유에 속하는 것은 몰수한다. 건축저작권침해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고소가 있어야 한다.

 

Ⅶ. 맺는 말

 

이상에서 살펴본 건축저작권의 내용에 따라 맨 처음에 제시한 사례를 판단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내려진다. ① A 건축사는 미국 건축사의 건축물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민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다만, 미국 건축사가 한국에서의 침해사실을 알고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았을 것을 전제로 한다. ② B 건축사는 다른 건축사의 설계도서를 어느 정도 모방하였는지, 그리고 다른 건축사의 설계도서가 어느 정도 창의성이 있는지에 따라 불법행위나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③ C 건축사는 다른 건축사가 기술내용을 무단사용하였으나 이는 건축설계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 또는 의장권의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건축저작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저작권에 대한 보호를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건축저작권보호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에 건축저작권보호센터가 설립되어 건축사들의 건축저작물에 대한 권리보호가 제대로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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