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하자로 인한 법적 책임에 관하여
가을사랑
Ⅰ. 글의 첫머리에
필자는 업무상 일로 건축사를 자주 만날 기회가 있다.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건축경기가 좋지 않아 일거리가 많지 않다.”고 한다. 건축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면,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사무실 임대료 관리비도 부담되고, 특히 세금문제도 골치 아프다고 한다. 수입은 적은데 지출은 많기 때문에 힘이 든다는 이야기다.
법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면 부가가치세, 법인세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종합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도 내야 한다. 그 이외에 자동차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을 내야 한다.
날이 갈수록 건축사와 같은 전문직업인의 경쟁은 과포화상태로 치열하게 된다. 대형건축사무소와 소규모사무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설계감리업무에 관한 행정청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건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사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완성된 건축물에 하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설계감리를 하고, 공사를 해도 결과물에 하자가 발생해서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자가 생기면 설계자, 감리자, 공사업자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다. 당장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 건축사로서는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인피사고라도 나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건축물에 대한 하자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사는 설계단계에서 구조계산을 잘 하고,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사업자는 설계도서대로 정확하게 시공을 해야 한다. 건축자재도 규격과 기준을 맞추어 좋은 품질의 것을 선택해야 하고, 철저한 시공을 해야 한다. 감리자는 FM대로 감리를 해야 한다. 마음이 약해서 남의 사정을 봐주다가는 큰코다치는 세상이다.
건축물의 하자는 완성된 자체의 하자 또는 재료의 하자에 기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일의 완성을 위한 노무의 불완전성에 기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복잡하고 어려운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하자가 발생하면 대부분은 공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나 도급계약불이행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설계자의 책임도 묻게 되고, 감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리자까지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다. 건축물 하자 발생을 이유로 설계자나 감리자가 소송을 당하게 되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지장이 있게 된다.
Ⅱ. 하자가 생기면 원수가 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축을 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외한으로서 전문가인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긴다. 건축업자를 만나 계약을 하고 시공을 맡긴다. 감리가 끝나면 사용승인을 받는다.
일단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빨리 준공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건축주는 설계감리자나 건축업자를 상대로 자꾸 분쟁을 일으키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잔소리를 하지 않고 넘어간다.
제대로 공사를 하지 않아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게 되거나, 준공 후에 하자가 발견되면 건축주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 곧 바로 원수지간이 된다.
아주 적대적인 관계로 바뀌면서 각자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 저렇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 앞에서는 인격이고 체면이고 없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A는 B에게 부속건물 철거 및 주택 내‧외부 인테리어 공사를 맡겼다. 계약금을 주고 나서 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 월말이라고 해서 잔금을 달라고 해서 다 주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마당에 쓰레기 폐잡석을 깔아놓았다. 정화조도 새로 묻었다는데 다른 사람들이 와서 보더니 정화조를 묻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창호도 다 마무리 짓지 않았다. 건축물폐기물도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 A가 B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계약서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았다. 견적서만 간단하게 받았을 뿐이다.
이런 경우 A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론상은 B를 상대로 하자보수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법률전문가가 아닌 A로서는 자신의 권리행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설사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B의 재산을 찾아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포기하고 만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건축하자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현실이다.
Ⅲ. 건축물하자란 무엇을 말하는가?
하자라는 용어는 어려운 한자말이다. 하자는 쉽게 말하면 흠, 결함이라는 의미다. 건축물하자라 함은 공사업자가 지어놓은 건축물에 흠이나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건물에 균열이 생기거나 물이 새거나, 기능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등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처음에 건축주가 설계도서등에 의해 요구한 대로 공사업자가 건물을 완성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건축물하자란 완성된 건축물에 공사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다른 구조적 기능적 결함이 있거나 거래관념상 통상 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내구성 또는 강도 등의 품질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결과 그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를 감소시키는 결점을 말한다.
매우 어렵게 건축물하자를 법률적으로 정의 내린 설명이다. 잘 읽어보면,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정한 내용대로 짓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 요점이다. 하자는 구조적 기능상의 결함 또는 내구성이나 강도 등의 품질미흡 등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결과물이다.
건축물하자는 ① 물리적 하자, ② 법률적 하자, ③ 계약상 하자로 구별할 수 있다. 물리적 하자란 건축물에 균열이 생기는 것과 같이 물리적으로 건축물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것을 말한다. 법률적 하자란 건축물이 건축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건축물의 철거가 불가피한 경우와 같이 법률상 하자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계약상 하자란 건축주와 공사업자 사이에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에서 합의된 내용과 다른 건축물이 건축된 경우를 말한다.
건축물의 계약상 하자는 ① 계약상 합의된 내용대로 건축되지 않은 경우, ② 계약상 합의된 용도에 적합하지 않게 된 경우, ③ 통상적인 용도에 적합하지 않고 도급인이 기대하는 내용과 다른 경우로 구별된다.
계약상 하자는 당사자 간에 도급계약을 둘러싼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과연 건축물에 계약상 하자가 발생하였는가, 하자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자연히 분쟁이 생기게 된다.
Ⅳ. 하자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과 방법은 무엇인가?
공사를 다 마치고 사용승인까지 받은 상태에서 건물을 인도하였는데 건축주가 건물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공사업자는 그 정도가 무슨 하자에 해당하느냐고 반박한다. 이때 건물에 하자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하여는 누가 판단하여야 하는가?
하자인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 건축물이 설계도서대로 건축되었는지, 건축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은 분양된 아파트가 당사자의 특약 또는 주택법상의 주택건설기준 등 거래상 통상 요구되는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인정된다. 판례를 보면, 건물의 각 층별 방음시설을 설계도상 1.0b시멘트벽돌로 쌓기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0.5b시멘트벽돌로 쌓은 것은 방음시설 공사부분이 건 건축물의 하자에 해당된다고 한다.
하자 여부의 판단은 공사시공자와 건축주 사이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에 의한 설계변경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 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건축물이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다르게 시공되었다고 하더라도 준공도면에 따라 시공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라고 볼 수 없다.
나중에 하자가 법적으로 다투어질 때에는 당연히 판사는 전문가인 감정인에게 하자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다. 이때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다.
실제 건물 하자분쟁이 발생하면, 쉽게 당사자 간에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자보수청구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된다. 이때 하자를 주장하는 사람이 하자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하자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견적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하자감정에 대한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간다.
나중에 소송에서 패소한 사람이 감정료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100%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소송을 거는 사람도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하자분쟁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때문에 당사자 모두 지치고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Ⅴ. 공사의 미완성과 완성된 건물의 하자를 구별하는 기준
공사업자의 하자담보책임은 공사가 끝나서 건축물을 건축주에게 인도한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 건축공사가 완공된 것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 쟁점이 된다.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이 일단 종료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건물 신축공사 도급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시하고 있다.
건물신축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공사가 불완전한 상태에 있을 때 이러한 경우 공사 자체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사는 완성하였지만 다만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① 건물에 대한 공사 자체가 완성되지 않은 것이라고 보면 이 문제는 도급계약상의 일의 완성이라는 의무 내지 채무의 불이행이 된다. 따라서 수급인은 원칙적으로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
② 목적물인 건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도급인에게 공사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도급인은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함으로써 수급인이 하자부분의 보수 또는 그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 제공이 있을 때까지 공사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뿐이다.
건물신축 공사의 미완성과 하자를 구별하는 기준은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어 예정된 최후의 공정을 종료하지 못한 경우에는 공사가 미완성된 것으로 볼 것이지만, 그것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응 종료하고 그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건물로서 완성되고 다만 그것이 불완전하여 보수를 하여야 할 경우에는 공사가 완성되었으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이 일응 종료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건물신축도급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Ⅵ. 공사가 중단되고 방치된 경우의 하자담보책임
어떤 공사에서 건물의 1층 바닥부터 9층 바닥까지의 슬래브 두께가 얇고 일정하지 않으며 플로어 덕트 매설로 인한 단면결손 균열이 발생하였다. 또한 각층 보에 균열이 발생하고 처짐 현상이 나타났다. 1층부터 6층까지의 내부기둥과 2층과 4층의 외부기둥이 안정에 미달하는 하자가 발생하였다.
위와 같은 하자가 발생한 슬래브, 보, 기둥부분의 공사는 그 작업이 완료된 상태이지만 나머지 공사는 중단되었고, 공사가 중단된 이후 건축주는 기성부분의 일부를 철거하였으며 건물을 수년간 방치하였다.
이러한 경우 공사업자가 슬래브, 보, 기둥부분의 공사와 관련하여 발생한 하자에 대한 보수책임을 지게 되는가 하는가? 공사업자는 비록 자신이 수행한 공사부분에 대한 하자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공사는 전면 중단되었고, 일부 기송부분에 대한 철거도 이루어졌으며, 공사의 중단 및 일부 시설 철거 등으로 인해 하자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었기 때문에 수급인은 하자보수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수급인은 하자보수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도급계약에 있어서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하자의 보수를 청구하거나 그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의 보수지급청구권과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보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공사대금지급채무는 당해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기성공사대금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Ⅶ. 도급인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경우
도급인의 지시에 따라 건축공사를 하는 수급인이 도급인의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면서도 이를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공사를 계속한 경우, 나중에 건물에 하자가 발견되면 수급인에게는 하자담보책임이 없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완성된 건물의 하자가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담보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이 입장이다.
공사의 감리인은 건축주의 지정과 의뢰에 따라 건축주를 위하여 건축시공자가 하자 없는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지식을 동원한 재량으로 공사가 설계도서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공사시공자를 지도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건을 보면,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하수가 솟아 나와 수급인은 이러한 사정을 감리인에게 통보하였다. 그런데 감리인은 지하수의 분출은 설계변경을 할 정도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공사를 진행해도 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수급인은 감리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지하수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감리인의 지시에 따라 솟아 난 지하수를 밖으로 빼내는 조치만 취한 채 그대로 공사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경우 법원에서는 수급인은 도급인의 지시에 해당하는 설계도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수급인에게 도급인의 지시가 부적당함을 고지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Ⅷ. 하자담보책임의 성질
건물을 지어달라고 했는데 완성된 건물에 어떤 하자가 발생했을 때 건축주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건축주는 공사업자를 상대로 건물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을 묻게 된다. 그 내용은 간단하다. 건물을 완전한 상태로 고쳐달라고 하든가,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자담보책임이다.
공사도급계약에서 완성된 건축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건축주는 공사업자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건축물의 하자가 중요하지 아니한 경우에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하지 않다는 것은 공사업자에 대하여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 건축주는 공사업자를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하자 때문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하자보수와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하자를 건축주가 스스로 자신의 비용으로 고치겠다고 하면서 하자보수비용을 공사업자에게 손해배상금으로 대신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자가 중요하지 아니하면서 동시에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에는 하자의 보수나 그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고, 하자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을 보면 일반적인 도급계약에 있어서 ‘도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 의미는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여 목적물을 인도하였는데 목적물에 하자가 있어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도급계약 자체를 해제하여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급계약의 내용이 건물이나 토지상의 공작물을 건축 또는 설치하여 달라는 것일 때에는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공사업자의 하자담보책임은 민법 제667조에 규정되어 있다. 공사업자의 하자담보책임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특별히 인정되는 법정 무과실 책임이다. 이러한 하자담보책임은 법에서 정해놓은 무과실책임으로서 수급인에게 과실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책임을 물린다는 취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급인은 자신에게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하자담보책임의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어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손해배상의 액에 상응하는 보수의 액에 관하여는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손해배상의 액수 즉 하자보수비는 목적물의 완성시가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시를 기준으로 산정함이 상당하다.
Ⅸ. 하자담보책임의 구체적인 내용
건축주에 대한 공사업자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① 공사업자에게 계약상 의무위반이 있어야 하고, ② 공사업자가 건축공사를 완공하여 건축물을 건축주에게 인도하였어야 하며, ③ 담보책임에 관한 면책특약이 없어야 한다.
공사업자의 건축물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의 주된 내용은, ① 하자보수책임, ② 손해배상의무라고 할 수 있다. 건축도급계약에 있어서는 다른 도급계약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계약해제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건축주는 당연히 하자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하자의 보수란, 계약의 내용에 따라 본래 목적물이 갖추고 있어야 하는 내용의 부족을 보완하거나 결함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자보수란 수급인이 자신의 부담으로 하자 없는 목적물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본래의 건축도급계약과 동일한 일의 완성을 의미한다.
하자를 보수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건축주에게는 하자의 보수라는 결과에 대한 청구권만 있을 뿐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보수를 할 것인가는 여전히 수급인의 책임 하에 있게 된다.
하자보수청구권은 완성 전의 건물에 대해서도 인정된다. 예를 들면, 토목공사와 철골공사만 끝난 상태에서 하자가 발생하였다면 건축주는 그 다음 단계에 나아가기 전에 공사업자에게 이미 발생한 하자에 대해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Ⅹ. 하자보수기간에 관하여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은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하여 인도 후 5년간 담보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목적물이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인 때에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한다.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주택에 관한 하자보수기간은 10년의 범위에서 개별적으로 정해져있다. 주택법 제46조는 공동주택의 건축주 또는 시공자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을 대통령령에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기간은 일반 시설공사는 공사 종류에 따라 1년에서 4년이고, 기둥, 내력벽은 10년, 보, 바닥 및 지붕은 5년이다.
Ⅺ. 하자보수보증금의 몰취
공사도급계약서에 공사업자가 하자담보책임 기간 중 건축주로부터 하자보수 요구를 받고 이에 불응한 경우 공사업자가 건축주에게 맡겨놓은 하자보수보증금은 건축주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을 두었을 때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가?
다시 말하면 공사업자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하자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보수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하자보수에 대한 보증금을 걸어놓았다. 특약사항으로 만일 하자를 고쳐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공사업자가 이러한 하자보수요청을 무시하고 하자보수공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하자보수보증금을 건축주가 이를 몰취한다는 내용의 특별약정을 하였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하자보수보증금의 성질에 관하여는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위약벌로 보아야 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약정한 하자보수보증금의 귀속규정은 수급인이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보증금의 몰취로써 손해의 배상에 갈음한다는 취지로서, 하자보수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았다.
한편 위와 같은 하자보수보증금 몰취에 관한 특별약정이 공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부당한 규정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대법원은 불공정사례에 해당하지 않고, 불공정한 약관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공사도급계약서의 내용과 형식 등에 비추어 볼 때 하자보수보증금 몰취 조항은 약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이는 법률상 허용되는 임의법규의 규정인 민법 제398조를 그대로 따른 것에 불과하다.
Ⅻ. 하자담보책임 면제 특약의 효력
민법 제672조가 수급인이 담보책임이 없음을 약정한 경우에도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그와 같은 경우에도 담보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담보책임을 면제하는 약정을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담보책임기간을 단축하는 등 법에 규정된 담보책임을 제한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도 수급인이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 그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면 위 규정의 취지를 유추하여 그 사실에 대하여는 담보책임이 제한되지 않는다.
아파트 300세대를 짓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준공검사일로부터 2년 간으로 특별약정을 하였다. 그런데 위 아파트에 대한 준공검사를 마친 날로부터 8년이 넘은 시점에서 아파트 각 동 지붕 위의 기와가 함몰되고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 원인을 조사해 본 결과 공사업자가 아파트 지붕 배수로 상부를 시공함에 있어 설계도에 PC판으로 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합판으로 시공하였기 때문에 합판이 부식되면서 기와가 함몰되었고, 또 기와도 KS인증을 받지 않은 것을 사용하는 바람에 많이 파손되었음이 밝혀졌다.
건축주는 공사업자에게 하자보수를 요구하였다. 공사업자는 준공검사일로부터 2년 동안의 기간만 하자보수책임을 지겠다고 계약서에 썼으니, 이미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하자보수를 해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준공검사를 받을 당시 공사업자는 "공사의 시공감독 및 검사에 관하여 하자가 발견될 때에는 하자담보책임기간 전후를 막론하고 즉시 실액 변상 또는 재시공할 것을 서약한다."는 문구가 기재된 준공검사원을 건축주에게 제출하였다.
공사업자는 당초 약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위 하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에서는 위 준공검사원의 제출 경위와 문구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문구의 취지가 당초 약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변경하여 그 기간을 새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XIII. 하자담보책임과 과실상계
과실상계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불법행위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주된 책임이 가해자에게 있지만 피해자에게도 사고의 원인에 대한 일부 책임이 있는 경우에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해서 가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액을 깎아주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의 과실을 상계해서 가해자의 책임을 감경한다는 취지이다. 과실상계의 대표적인 것은 이른바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한 채 야간에 무단 횡단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매우 높은 비율로 과실상계를 당하게 된다.
그런데 하자담보책임에 있어서 도급인의 과실도 참작하여 수급인의 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살펴보기로 하자. 도급인 갑이 수급인 을에게 저장탱크를 제조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갑과 을 사이에 저장탱크제작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
을이 제작하여 납품한 저장탱크에 하자가 발생하여 갑이 손해를 보았다. 이에 따라 갑은 을에게 저장탱크에 대한 하자보수비를 청구하고, 더 나아가 위 저장탱크에 생긴 균열로 그 탱크 안에 저장하고 있던 액젓이 변질되어 입게 된 손해도 배상하라고 소송을 걸었다.
수급인이 부담하는 하자보수비용과 하자로 인한 특별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저장탱크의 제작의뢰를 맡긴 도급인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이러한 과실상계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사안에서 저장탱크의 하자보수비에 대하여 도급인 갑의 과실을 80% 참작하였다. 또한 저장탱크의 균열로 인하여 탱크에 저장되어 있던 액젓이 변질되어 도급인이 입은 액젓의 시가 상당 손해에 대하여도 도급인 갑의 과실을 90% 참작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였다.
XIV. 글을 맺으며
예전에는 웬만한 하자는 서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져서 조금이라도 손해가 발생하면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건축사나 공사업자는 철저하게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고, 그로 인한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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