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52)
수사관은 어디로 연락하더니 곧 얼마 있지 않아서 피해자 이옥임이 나타났다. 그리고 여자 변호사 옆에 앉으라고 했다. 대질조사가 시작되었다. 피해자는 당시 있었던 상황을 아주 영화보듯이 생생하게 설명했다. 너무 리얼해서 명훈은 그 여자가 IQ가 아인슈타인보다 더 좋은 것으로 보였다.
바로 한 시간 전에 있었던 일처럼 아주 또렷하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치마가 어떻게 걷어올려졌는지, 팬티는 어떤 색깔인데 어느 정도 내려졌는지, 그리고 성기는 어떻게 삽입이 되었는지, 몇분간이나 성교를 하고, 사정은 어떻게 했는지, 일이 끝난 후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맥주집으로 가서 범행을 시인받았는지, 각서는 어떻게 작성하게 되었는지 등등을 설명하는데 마치 법과대학 교수처럼 보였다.
아주 논리적인 여자였다. 요새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 중에 법률가 출신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 여자는 왜 정치를 하지 않고, 경찰서에 와서 피해자로 앉아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논리정연하게 따지고 들면, 그 여자 남편도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섭게 느껴졌다.
수사관은 명훈과 옥임이 각자 자신의 주장을 하고 진술을 하는 것을 별로 따지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조서에 타이핑하고 있었다.
수사관은 옥임은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데, 명훈은 강간범으로서의 처벌이 무서워서 거짓말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식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명훈이 거짓말을 해봤자. 네가 써준 각서도 있고, 피해자가 살아서 이렇게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데 너의 범행부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식의 매우 냉소적인 표정이었다. 말투나 음성도 속으로 명훈을 경멸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명훈은 기가 막혔다. 물론 자신이 상당 부분을 거짓말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여자의 말도 엄청난 거짓말이었다.
‘나이가 39살이고, 애도 낳았다는 여자가 술이나 마시고 다니면서 무슨 강간을 당했다고 그러냐? 그리고 내가 분명히 삽입도 안 하고, 사정은 더욱이 안했는데 그렇게 거짓말을 하냐? 돈을 뜯어먹으려고 하는 짓이다.’
끝으로 수사관이 여자에게 물었다.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원합니까?”
“예. 저 사람은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분명히 저를 강간해놓고, 거짓말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순진한 남자로 보고 술에 취했기에 모텔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던 것인데, 들어가자 마자 강제로 저를 강간했습니다. 그때 저항을 못하고 강제로 침대에 눕혀지고, 센 힘으로 저를 누르고 강간을 해서 무척 아프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렇게 거짓말하고 뻔뻔하게 나오니 이제는 합의를 절대로 보지 않겠습니다. 징역을 많이 살게 해주세요. 처벌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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