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30)

 

현옥은 서울에서 프라이드를 가지고 살다가 고등학교 막판에 재수없게 어떤 나쁜 놈의 스토킹의 마수에 걸려들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들어가지 못한 것을 늘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도시의 의과대학에 들어가서 다니면서도, 항상 자신은 서울의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현옥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도 늘 아래로 내리깔아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대학 학생들과 데이트 할 생각도 전혀 하지 않고 4학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조장은 전혀 달랐다. 지방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모든 의식과 행동, 사고는 서울대생 이상이었다. 자부심도 마찬가지였다.

 

조장은 자신이 미국의 하바드대학이나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일본의 동경대학에 다니는 이상의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이 또한 대단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지방 유지로서 돈도 많았기 때문에, 학교 앞에 원룸을 얻어 마치 도지사 관사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남자는 일찍이 독립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대학교에 입학하자 원룸을 얻어주면서 분가하도록 했다. 자동차도 국산차를 사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아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대통령까지 하려면 내조를 잘 할 여자를 얻어야 된다면서, 아들에게 연애를 해도 반드시 인물도 좋고, 머리가 좋은 여자를 얻어야 한다고 ‘명심보감’에 나오는 공직자의 배필의 조건을 100번 이상 강조했다.

 

그래야 대통령으로서 외국에 국빈방문할 때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손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만일 처음부터 영부인감을 잘못 선택해서 볼품 없는 외모나 머리가 나쁜 여자를 얻으면 대한민국의 국격을 국제사회에서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조장의 아버지의 매우 고루하고 낡아빠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아버지의 이론과 의견은 그 지역 사회 유지들 사이에서는 크게 공감을 얻었고, 다른 유지들도 며느리감 구할 때 조장의 아버지가 만든 ‘아인슈타인 공식’ 같은 신이론을 도입해보았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외모야 서울 가서 비싼 돈 들여 성형수술로서 고침으로써 경우 합격점에 들었지만, 머리 나쁜 것은 왠만한 약을 먹거나 뇌수술을 해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역의 유지 몇 사람은 아버지에게 며느리 선발조건을 다소 완화해달라고 간곡하게 청원도 했지만, 아버지는 조선시대 흥선 대원군보다 더 완고해서 조건을 글자 한자 고쳐주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장은 데이트 상대로 미리 좋은 여자를 최우선으로 골랐다. 그러다 보니까 대학교 2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애를 했지만, 총 49명의 여자들 모두 ‘머리 부문’에서 통과를 못해 아버지께 알현을 시켜드릴 수가 없었다. 그 점을 늘 불효하고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개를 받은 현옥과 한 달 데이트를 해보고 나서, 조장은 현옥이야말로 자신이 처음 보는 여자 천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고 감격하고 흥분한 것 이상으로 조장은 놀랐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현옥은 조장이 데이트 상대로서 50번째였는데, 그것은 미국의 50개주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장은 더욱 현옥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새로운 천재의 발견 사실을 보고했다. 물론 전화나 말로 한 것이 아니라, 평소 중요한 사항을 보고하듯이 서면으로 깨끗하고 논리정연하게 써서 우편으로 아버지에게 보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32)  (0) 2019.07.03
작은 운명 (231)  (0) 2019.07.03
작은 운명 (229)  (0) 2019.07.03
작은 운명 (228)  (0) 2019.07.02
작은 운명 (227)  (0) 2019.07.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