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31)

 

조장이 아버지에게 올린 친서에 대해 아버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동안 조장이 49명의 여자들을 거쳤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조장에게 여자선발권한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결혼정보회사에 선금을 주고 특별주문을 해놓았다. 이때 아버지가 제시한 조건은 역시, 명석한 두뇌, 영부인 자질, 활달한 사교력이었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3개월 동안 후보를 골랐지만, 끝내 구하지 못하고, 조장의 아버지에게, ‘이곳에서는 도저히 그런 세가지 조건을 갖춘 여자를 구할 수 없으니, 서울이나 로스엔젤레스, 또는 파리에 위치한 유명한 국제결혼정보회사에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조장의 아버지는, ‘나는 그런 곳 필요없고, 이 지역 출신의 참한 아가씨를 구해야 한다.’고 단칼에 잘라 말했다. 결혼에 있어서도 신토불이’. ‘순토종’ ‘향토음식이론을 고집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몹시 실망한 아버지에게 조장이 또 어떤 여대생이 있는데, 머리가 천재라고 보고서를 올리니, 아버지는 보나마나 실망할 것이 뻔하다면서 찬성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간에, 조장은 현옥이 마음에 들고, 현옥 역시 조장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에 두 사람은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했다.

 

정치학과에 다니고 있는 조장은 졸업준비에도 바빴고, 총학생회장으로서의 역할이 매무 많았기 때문에 데이트를 해도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49명의 많은 여자들을 상대로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연애의 기술은 탁월했다. 조장은 1학년 때부터, 에릭 프롬이 쓴 사랑이 기술을 비롯해서 사랑에 관한 서적을 섭렵했다. 국내서적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섹스 테크닉개발법등 수십가지의 책을 독파했다.

 

돈도 많고, 인물도 좋았고, 머리도 천재이며, 사교력, 리더십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한번 조장과 연애를 한 여자들은 자신들이 엄격한 선발기준에 못미쳐서 탈락했지만, 탈락한 이후에도 간단히 끝내지 않고, 조장을 괴롭혔다.

 

하지만 조장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런 여자들을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골치 아픈 민원인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가지고 달래고, 설득시키고, 때로는 겁을 주어서 종국적으로는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지급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장차 국회의원도 해야 하고, 대통령까지 큰 포부를 가지려면 활동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자금 지원은 아끼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는 조장에게 필요한 돈은 얼마든지 아끼지 말고 쓰라고 하면서도 애국적 차원의 경제행위를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외제자동차라든가, 외국산 명품 브랜드는 절대로 구입해서는 안 되었다. 오로지 made in korea라는 표시가 확인되어야 했다.

 

아버지는 해외 출장을 갈 때에도 외국 비행기는 절대 타지 않았다. 다만 대한항공을 타면서도 비행기 자체는 한국산이 아니고, 미국 보잉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나면서 불평을 많이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맥도날드 햄버거도 금지시켰지만, 롯데리아 햄버거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자녀들의 민원 및 청원이 계속되자 먹는 식품의 경우에는 미국산이나 일본산도 허용해주었다.

 

이런 식품다변화조치가 시행되자, 자녀들은 코카콜라, 이태리 젤라또, 인도 카레, 월남 쌀국수, 몽골 칭기스칸 요리, 카자흐스탄 양고기, 베이징 덕, 태국 원숭이 요리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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