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33)

 

그리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산 여자 아니면 절대로 결혼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명확하게 했다.

 

조장은 아무리 미스 유니버스나 미스 아메리카, 미스 프랑스, 미스 콩고 같은 8등신 미인이 자신에게 결혼하자고 애걸복걸을 해도 자신은 소신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조장의 말을 듣는 주변 사람들은, ‘재가 돌아도 보통 돌은 게 아니구나! 미스 콩고가 콩고에서 재벌 아들과 결혼하지, 한국까지 와서 서울도 아닌 지방 도시 유지 아들하고 결혼하냐?’라는 합리적인 비판을 숨어서 뒤에서 했다.

 

만일 조장에게 대놓고 그런 비난을 했다가는 조장이 아버지에게 극비문서로 이런 비리를 보고하게 되면, 아버지는 그런 나쁜 사람들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특단의 조치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조장 앞에서는, ‘역시 우리의 호프, 떠오르는 태양, 위대한 총학생회장님께서는 100년만에 나타나신 애국자이십니다.“라고 아양을 떨고 마음에도 없는 극찬을 했다.

 

그런데 어떤 하청업체 사장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100년만이라고 해야 할 것을 실수로 10년만이라고 잘못 발음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호프(hope)맥주라고 잘못 말했다. 다른 사람이 호프라고 하는 것을 생맥주 호프라고 잘못 듣고 따라한다는 것이 그만 맥주라고 했다. 그나마 호프집이라고 하지 않는 건 천만다행이었다.

 

이것은 중대한 실수였다. 아니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는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10년만에 나타나는 애국자는 애국자라고도 할 수 없다. 적어도 100년은 되어야 어디에다 명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10년만에 나타난 애국자는 쐐고쐤는데, 그렇게 되면 조장은 국회의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도시의 시의원도 떨어질 것이 명백했다. 그리고 도대체 진지하고 엄숙하고 숙연해야 할 공식적인 자리에서 호프 생맥주 또는 호프집, 맥주라는 저속한 용어가 사용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대반역이었다.

 

이 문제는 결국 조장이 아버지에게 신속하게 긴급서면보고서를 올림으로써 중대한 사안으로 분류되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그 해당발언을 한 사람이 고의적이며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며. 그의 악질적인 모함행위로 인해 장차 조장이 대통령까지 되는 먼 길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이 문제로 아버지는 특별진상조사단까지 꾸면서 막대한 인원과 예산을 들여 조사를 해서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라 그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한 하청공사를 모두 끊어버렸다.

 

이 때문에 그 사장은 부도가 나고,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못주고 고용노동사무소에 고발되고 끝내 징역까지 살고 나와 아주 폐인이 되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다음, 그는 조장의 아버지를 원망하기는 커넝,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글을 지역신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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