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50)
조장은 매우 답답했다. 현옥과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려보냈는데 그 후부터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일체 반응이 없었다. 며칠 지난 다음 현옥의 원룸에 가보았다. 문은 잠겨있었다. 조장은 생각했다.
‘분명 다른 남자가 생겼구나! 나와 관계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여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하자고 안하는 걸 보면 확실한 거야.’
현옥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져서 조장은 지수를 만났다. 한 동안 지수와도 냉각기를 거쳤다. 그것은 지수가 너무 매달리고 부담을 주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조장이 지수에게 푹 빠졌다. 지수의 사이즈가 작고 아담해서 좋았다. 그리고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같았다. 그리고 지수는 플롯을 전공했다. 중학교 때부터 플롯을 해서 연주 솜씨가 대단했다.
전국 콩쿠르 대회까지 출전했다고 한다. 물론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승은 한번도 못했지만, 그래도 지방에서 전국 대회에까지 나갔으니 사람들은 지수를 ‘플롯의 여왕’, ‘플롯계의 김연아’라고 극찬했다.
조장은 여러 번 지수와 단 둘이서 지수의 연주를 들었다. 첫 번째 연주는 조장이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서 풀밭에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들었다. 강변이 보이는 호젓한 곳에서 ‘아베마리아’를 들었다. 조장은 황홀했다. 그런 신비스러운 장면은 생전 처음이었다.
너무 감동이 되어서 눈물까지 흘렸다. 지수는 체격은 작았지만, 가슴이 풍만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떴을 때 조장의 눈에는 지수의 가슴이 클로즈업되었다. 눈이 부셨다.
한 시간을 그렇게 보낸 다음 두 사람은 차를 탔다. 해는 지고 어두워졌다. 조장은 숲 속으로 차를 세웠다. 그리고 음악을 틀었다. 그러면서 지수의 옷을 벗겼다. 지수는 아무 저항이 없었다. 차 뒷좌석에서 지수를 소유했다.
플롯 연주 때문에 조장은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욕정을 콘트롤할 수가 없었다. 그 후 몇 달 동안 조장은 지수에게 푹 빠졌다. 기존에 만나던 모든 여자들을 끊었다.
그런데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지수는 머리가 좋지 않은 것이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었는데, 공부를 아주 싫어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산수(算數)’와 ‘수학(數學)’을 구별하지 못했다.
롯데리아에 가서도 만원짜리를 내고 햄버거 셋트메뉴가 6,850원이면 잔돈 계산을 하지 못했다. 조장은 즉시 암산을 할 수 있었다. 3,150원인데, 지수는 꼭 4,250원으로 계산해서 아르바이트생이 1.100원을 적게 준다고 컴플레인을 했다.
그러면 조장이 즉시 지수를 깨우쳐주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때마다 조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창피했다.
전자계산기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만일 옛날 주판기 시대에 지수가 태어났더라면 지수는 시장을 가거나 햄버거가게에 가더라도 주판을 두 개는 들고다녀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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