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사기사건

깡통전세사기사건

 

수십채의 집을 사서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놓고, 부도를 내는 경우에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보면 이런 사건을 놓고 사기죄가 된다, 강제집행면탈죄가 된다, 경매방해죄가 된다는 식의 법률검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세입자가 손해본 금액만큼 집주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면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어드바이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고 현실성이 거의 없다. 실제 전세사기, 깡통전세사기를 당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민사재판은 해봤자 아무런 실익이 없다. 사기를 친 집주인이 이미 재산이 없기 때문에 판결을 몇백억원을 받아보았자,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판결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때문에 민사재판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인지대, 송달료, 변호사비용, 법무사비용 등만 날라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기꾼은 자기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은 모두 처분하거나 명의를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판결이 나면 죽을 때까지 사기꾼 앞으로는 재산을 가지지 않고, 가족 명의로 해놓으면 결국 사기꾼은 신용불량자 또는 파산자가 되고 말뿐이지 피해자가 돈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형사고소를 해서 사기꾼을 범죄로 징역을 살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기죄를 증명하는 것이 또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기 때문에 문제다.

 

변호사들이 쉽게 이런 깡통전세를 놓은 사람은 사기죄로 고소하면 된다는 식으로 어드바이스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사기죄는 처음 전세놓을 때 거짓말로 속여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그 입증이 아주 어렵다. 사기꾼은 머리가 좋아서 거짓말을 잘 하기 때문에 고소를 당하면 경찰관 앞에서 머리를 굴려서 또 거짓말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탁월한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기를 당해 전세금을 날린 세입자는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선임을 해도 별로 실력이 없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큰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사기꾼은 이미 사기쳐서 빼돌린 돈이 있고, 또 피해자와 달리 잘못하면 쇠고랑을 차고 징역을 가기 때문에 변호사를 사도 돈을 많이 주고 실력 있고, 열심히 하는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래서 파워게임에서 사기꾼이 피해자보다 월등하게 유리하다. 형사사건은 법이라는 무대에서 창과 방패로 서로 싸우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그런데 사기꾼을 찔러서 감방에 보내려는 피해자의 창이 너무 약해서 사기꾼이 가지고 나온 막강한 방패를 찔러도 창이 짧아서 방패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세게 찔렀는데 방패가 너무 강한 철로 되어 있고, 창은 약한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어 창끝이 구부러지면 그건 전쟁도 아니고 단순한 게임이나 놀이에 불과하게 된다.

 

지금까지 거액을 사기 친 사기꾼들이 감방에 가지 않고 강남에서 여전히 활약을 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이런 우리 사회의 잘못되어 서글픈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깡통전세를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먼저 사기꾼이 단기간에 취득하여 소유한 주택 전체를 파악하고, 구입자금과 대출자금의 전체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전세금을 받아서 어디에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대출이자의 변제상황과 부도에 이른 경위, 그리고 전체적으로 전세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게 된 시점 등을 잘 조사해야 사기죄를 인정할 수 있다.

 

단순히 한 두채에 대해 세를 놓을 때 선순위 근저당권이 없는 경우라면 아무리 조사를 해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경찰이나 검찰에서 이런 고소장만 가지고 열심히 수사를 해주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은 빨리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떼어보고, 혹시 집주인이 부도나서 집이 경매가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부동산전문가 또는 변호사, 법무사 등과 상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날벼락을 맞는 수가 있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