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2)

 

“무슨 말이야? 내가 유부남이라고 처음부터 이야기했잖아? 당신이 우리 집앞까지 여러 차례 가기도 해놓고 왜 거짓말을 해? 그리고 당신이 과거 남자와 연애하다가 실패한 이야기도 나한테 했잖아? 이번에 아이를 가졌다는 것도 내 아이가 아인 것 확실한데,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치는 거야? 당신이 꽃뱀 같아서 내가 멀리하게 된 거잖아? 당신 때문에 나는 지금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고, 이혼 당하게 생겼어. 그러면 우리 아이는 불쌍해서 어떻게 해? 내가 이혼 당하면 아이를 데리고 나올 테니까 당신이 나와 결혼해야 될 거야!”

 

“정말 당신 나쁜 사람이네요. 유부남인 사실을 속여서 연애를 해놓고, 아이까지 배게 한 다음 마누라와 짜고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거야? 지금!”

 

공칠은 순간적으로 흥분했다. 물컵을 들었다 꽝하고 탁자를 내리쳤다. 그런데도 창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잘못했다가는 곧 경찰을 부를 표정이었다.

 

공칠은 그 다음부터 곧 바로 창남의 뒤조사를 했다. 창남은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장사를 하다가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창남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그것을 가지고 여자가 꼬시고 있었다. 효숙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여자를 건드려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부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서 부인으로 하여금 상대 여자를 괴롭혀서 돈을 뜯어내고 있었다. 부인은 몇 번 이런 일을 해보더니 아주 프로가 되었다.

 

창남은 여자를 만날 때 반드시 직장이 있는 여자만 골랐다. 그래야 나중에 부인이 돈을 받아내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보통 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돈을 받아냈다.

 

창남은 그 돈에 손을 대지는 않고, 모든 돈은 부인이 받아서 부인이 알아서 쓰도록 했다.

 

부인은 처음에는 창남이 바람 핀 것을 알고 무척 흥분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당연한 법률사무로 생각하고 무감각해졌다.

 

공짜로 목돈이 들어오니 기분도 좋았고, 부인은 창남과 잠자리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되었고 애정도 완전히 식은 상태였기 때문에 창남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묵인해주었다.

 

이런 묵인의 대가로 창남은 돈 있고 능력 있고, 체면 있는 여자를 만나서 부인이 나중에 돈을 뜯어내게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창남의 부인은 밖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서 가끔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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