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3)
모든 것을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공칠의 뒷조사를 해서 밝혀낸 사실은 이 정도였다. 하지만 법은 이런 경우 어떻게 효숙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창남의 부인은 효숙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효숙은 창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공칠이 소개해 준 젊은 여자변호사가 효숙의 사건을 맡아 변론을 했다.
법원에서는 오랜 재판 끝에 효숙의 편을 들어주었다. 효숙은 창남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데이트를 하고 성관계를 했다는 판결이 났다.
그 대신 효숙이 창남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창남은 효숙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칠은 나중에 효숙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보았다.
‘혼전 성관계를 가질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결혼을 한 사람인지 여부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사실이다.’ 맞는 말이었다.
‘어느 일방이 자신의 혼인사실에 관해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하거나 상대가 착오에 빠지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상대당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공칠은 판결문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론이 500만원이라는 사실에도 코웃음을 쳤다.
유부남이 총각 행세를 하고 미혼인 여자와 수십차례 성관계를 하고 재미를 보았는데, 그에 대한 위자료가 고작 500만원이라니 우스웠다.
그리고 아이를 임신시키고 낙태를 하게 해서 몸을 망가뜨린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었다. 공칠은 만일 자신이 효숙의 형제라면 법으로 가지 않고 창남을 때려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었다.
아니면 남자의 급소를 공격해서 성불구자로 만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 남의 일이기 때문에 공칠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연히 다른 사람의 부정의에 대해 흥분할 필요가 없고 냉철한 마음으로 공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효숙은 판결문을 받아가지고 속이 무척 상했다. 소송비용도 못미치는 500만원을 받으라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판결이었다.
변호사 말로는 그 돈도 강제집행을 해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창남 앞으로 된 재산을 찾아야 강제집행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효숙은 속이 상해 공칠 앞에서 울었다. 두 사람은 같이 술을 마셨다. 효숙은 혼자 소주를 세병이나 마셨다. 공칠도 따라서 소주를 다섯병이나 마셨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텔에 가서 하루밤을 보내고 나왔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75) (0) | 2019.12.20 |
---|---|
작은 운명 (74) (0) | 2019.12.19 |
작은 운명 (72) (0) | 2019.12.19 |
작은 운명 (71) (0) | 2019.12.19 |
작은 운명 (70) (0) | 2019.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