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5)

 

흥신소 업계에서 민첩은 그야말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뿐만 아니라 흥신소사업이 자리를 잡자, 민첩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민첩은 기획부동산회사도 차리고, 술집도 차렸다. 보험대리점도 차리고 휴대폰매장도 계열회사로 두었다. 자동차도 벤츠로 바꾸었다.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검은색 밴 큰 차량도 구입했다.

 

이런 베테랑 사장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운 결과 공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흥신소에서 정식으로 맡아서 처리하는 업무 이외에 공칠은 혼자서 독자적으로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지역에서 행세하는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공칠은 그 지역의 시장이나 농협조합장, 교장 등을 선정한 다음, 꾸준히 그들의 뒷조사를 했다. 대상자들을 미행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그들의 사생활을 감시했다.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으슥한 데이트 장소를 찾아서 차안데이트 하는 것을 감시했다. 공칠은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완전히 전문가가 되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손바닥처럼 꿰차고 있었다.

 

강변 고수부지 가운데 연인들이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하는 곳이 있었다. 공칠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멀리 세워놓고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차량을 살펴보면 차가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포착된다.

 

공칠은 매복을 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그 차량에 다가간다. 카섹스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리고 문을 열게 한 다음, 경찰에 신고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남자는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들 부부 아니잖아!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청소년들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심하게 해서 차가 완전히 지진 난 것처럼 요동발광을 쳤잖아. 내가 동영상 다 찍어 놨어. 당신들 선수야! 용서 못해. 잠깐 기다려요. 곧 경찰이 올테니까.”

 

차안에 있는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10만원이다. 공칠은 마지 못해 그 돈을 받으며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곳 자원봉사 환경감시원입니다. 이번만 봐줄테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짓하면 안돼요. 주시는 돈은 환경단체 기금으로 넣겠습니다.”

 

하루에 평균 3대를 잡으면 30십만원은 되었다. 공무원이거나 학교 선생님 같은 중량급 인사는 한번에 50만원을 주기도 했다. 물론 수표나 어음은 받지 않았다. 현찰박치기가 카섹스 현장에서는 유일한 거래 룰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수법도 세련되고, 대담해졌다. 복장도 공무원 비슷한 작업복에 명찰도 새겼다. 이름은 가명이었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최단속’ 또는 ‘최순찰’ ‘최경비’라고 썼다. 자신이 마치 경찰관처럼 단속, 순찰, 경비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런 이름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자. ‘최환경’이라고 바꾸었다가, 다시 ‘최공해’로 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하다고 해서, ‘최미세’ 또는 ‘최황사’로 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이런 이름들이 너무 딱딱해서 다시, ‘최복지’라고 썼다. 공칠이 단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복지업무라고 생각했다.

 

단속되는 사람들은 공칠의 옷만 보고 말지, 이름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는 없었다. 대개 눈을 밑으로 깔고, 공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만일 당당하게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공칠은 큰소리로 혼을 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77)  (0) 2019.12.23
작은 운명 (76)  (0) 2019.12.22
작은 운명 (74)  (0) 2019.12.19
작은 운명 (73)  (0) 2019.12.19
작은 운명 (72)  (0) 2019.12.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