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76)

 

이 사람이 어디를 빤히 쳐다봐? 혼을 내야겠구면.”

그 남자는 놀라서 곧 바로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공칠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성관계를 왜 이런 오픈된 곳에서 하느냐? 그건 안 된다.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이다.’ 뿐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형편상 할 수 없는 남자들을 자극시키고 약을 올려 강간 같은 성폭력 범죄를 유발시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공칠은 이런 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추운 겨울날에도 매일 단속을 했다. 사회 윤리와 도덕, 법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적인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굳은 각오였다. 환경단체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현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문을 열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끝내 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공칠은 하는 수 없이 112신고를 했다. 얼마 후 순찰차가 와서 그 차를 인솔해 지구대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관은 공칠이 추운데 고생한다고 격려를 하고 갔다. 공철은 카드결제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 젊은이들은 시계 같은 현물로 하천부지 사용료를 낼 생각은 하지 못해 개망신을 당하게 된 맹꽁이들이라고 한심하게 생각했다.

어느 겨울 저녁 늘 순찰을 도는 은밀한 곳으로 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무 뒤에서 데이트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시경 검은 에쿠스 차량이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량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포르노 전문 배우들이 탔는지 매우 빠른 속도로 차가 움직였다.

 

공칠은 고급차 쇼바가 나가거나 타이어가 펑크날까 걱정했다. 삼십분을 기다려도 일을 끝내지 않자 더 이상 관찰을 하고 있다가는 동상에 걸릴 위험을 감지하고 공칠은 살금살금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량 뒷좌석에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었는지, 그렇게 오랫동안 그 짓을 하고 있었다. 공칠은 칠흙같은 어두운 밤이었지만,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적외선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그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공칠은 차량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남자는 창문을 10센치미터만 열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공칠은 문을 열라고만 했다. 남자는 문을 열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삼십분 정도 실강이를 하다가 공칠이 용변을 보러 잠시 차 옆으로 간 사이에 차는 뺑소니를 쳤다.

 

공칠은 그 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따라가서 차를 정차시켰다. 공칠의 오토바이 실력은 한국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갈고 닦았기 때문이었다.

 

공칠은 오토바이 경주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프로선수들이 타는 오토바이 값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중고로 산 25만원짜리 국산 오토바이로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제시대에 손기정 선수가 운동화만 신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과는 너무 다른 현실이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그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내렸다. 그러면서 그 남자는 주먹과 발로 공칠을 때렸다. 공칠은 넘어졌다. 그 사이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는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야간도주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걸 보니 100m 육상선수 같았다.

 

그 남자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공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면서 그 다음 날 만나자고 했다. 공칠은 그 남자가 차도 좋고, 생긴 것도 공무원이나 대학 교수처럼 보여서 믿고 그대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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