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법률상담의 애환
나는 변호사로서 늘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전화로 유료상담을 하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다. 내가 상담전화를 켜놓으면 밤낮 없이 온다. lawars다.
우리 법무법인에서 유료상담전화를 시작한지는 벌써 15년쯤 된다. 초기에는 나는 바빠서 직접 상담을 하지 않았다. 우리 법인의 젊은 변호사들이 담당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지는 5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과 달라서 요새 사람들은 변호사와 상담을 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를 한다. 법도 다 찾아보고 오랜 시간 검토를 한 다음,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것 저것 물어본다.
구체적인 법조문도 읽어주기도 하고, 대법원판결 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질문을 하고 직답을 구한다. 처음에는 내가 만물박사도 아닌데, 민법, 형법, 상법, 임대차, 부동산관계, 경매, 근로계약관계, 성범죄, 교통사고, 손해배상, 일조권, 건축관련 분쟁, 상표권이나 저작권 등등 모든 분야에 걸친 질문을 해온다.
이런 법률상담을 통해서 나도 꽤 많이 공부를 했고, 상당히 긴장을 하면서 살았다. 수시로 쏟아져나오는 대법원판결을 읽어야 하고, 자꾸 바뀌는 법과 제도를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 덕분에 실력도 많이 늘었다.
가끔 이상한 사람도 있다. 요금이 부과되는 전화를 걸어놓고, 변호사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고 하면서 자신의 주장이나 한다. 변호사와 의견이 다르면 화를 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론을 말해주면 기분 나쁘다면서 갑자기 전화를 끊기도 한다. 정말 이상한 사람은 변호사에게 욕설을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시간이 가면서 나도 많이 적응을 했다. 처음에는 나도 상담하면서 언성도 높아지고, 화를 내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수양이 되었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단골손님도 많이 생겼다. 나도 단골의 목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어떤 때는 나이 들어 꼭 이런 상담전화업무를 해야 하나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변호사의 일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천직이려니 하고 오늘도 또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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