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하나>
너를 만나기까지는
긴 사막을 지나야 했다
한낮의 불볕 더위
한밤의 얼음 추위
목마름과 떨림을 겪으면서도
가슴은 기다림으로 설레였다
너를 만나
긴 겨울을 지날 때
우리는 빙하를 건넜다
깊은 겨울 바다 밑에서
꼬옥 껴안고 있을 때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봄이 오는 소리에
두 가슴은 뛰고
먼 산에 아지랑이가 피던 날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던가
하나가 하나에 녹아 사라지고
반짝이는 새로운 하나가 떠올랐으니
우리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간 밤에는 별이 빛났다
그리움은 별로 남고
애틋함은 별로 쏟아진다
말이 없어도
보고 싶은 마음과 마음이
서로에게 이어지는 밤
이제는 더 이상 슬프지 않은
하얀 하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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