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가을 바람이 불면

우리는 낙엽에 덮힌다

수 많은 삶의 색깔들이

눈속으로 들어온다

내 영혼의 색깔을 찾아본다

네 것과 내 것이 뒤섞여

연한 파스텔 색조가 되었다

 

정을 찾아 헤맸던

낯선 도시의 방황 끝에

너를 만났다

그곳은 종착역이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모든 짐을 내려놓는

우리들만의 쉼터였다

 

너는 그곳에 있었다

나를 기다렸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가로등과 함께 밤을 새우며

목마를 탄 철학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설 수 없었던 걸까

외로움 때문에 비틀거렸던 걸까

우리는 작은 배 안에서

부딪히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떤 아픔도 느끼지 못한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젠 나목이 되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도

더 이상 눈물은 없다

네가 붙잡고 있는 나무에

내가 매달려 있다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나는 꿈속에서 너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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