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 적>
갈 곳이 없어 길을 떠났어
마음 둘 곳이 없어 마음을 비워버렸어
별빛을 맞으며 눈물을 흘렸어
별처럼 반짝이던 네 눈빛 때문에
강물에 꽃잎을 던졌어
저 혼자 깊어가는 강물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네가 돌아오는 날
저녁 무렵
기차길 옆에서 기다릴 거야
네가 오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불어도 좋아
사랑이 불탔던 자리에 앉아
너의 흔적을 껴안고 있어
<시, ‘흔적’을 쓴 배경>
갑자기 쓰고 싶었다.
사랑이 남긴 흔적.
그 흔적은 어떤 형체일까?
흔적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흔적 때문에 나는 어떤 색깔로 물이 들었을까?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
바람이 분다.
그 꽃잎은 강물 위로 날린다.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아주 멀리 가야 하는데,
꽃잎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나도 모르고, 강물도 모른다.
길은 누군가 떠나는 사람을 기다린다.
떠나는 사랑까지도 기다린다.
갈 곳이 없어 떠나는 사람도 있다.
마음을 둘 곳이 없어 비워버리는 사람도 있다.
사랑할 수 없어 사랑을 버리는 사람도 있다.
길과 사랑, 마음이 부딪히는 오후 시간,
떠나고, 버리고, 비운다.